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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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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8) *첫사랑*


BY 쟈스민 2001-09-04

가을은
아마도 첫사랑이 많이 생각나는 그런 계절인 것 같습니다.

지금의 내가 그를 첫사랑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아주 오랜 세월이 흘러서였을 것이라고.....

스물 몇의 나는 발갛게 상기된 얼굴을 하고 그를 대했으리라

그는 그때 이미 한 아이의 아빠였고.....
나의 이상형을 그대로 간직한 채 그곳에 있었습니다.

우리가 조금만 더 빨리 만났더라면 .....

그런 생각이 나 혼자만의 사랑으로 끝나 버릴 것을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을 만큼 냉정한 이성의 소유자였지만

지금까지도 내게 남아있었던 건 그 당시의 내 감정이 소중한
거였다는 거.....
처음으로 내게 온 사랑이었다는 거였습니다.

먼 곳까지 발령을 받아가서 낯선도시에 적응하랴 .....
새로운 업무를 익히랴..... 정신이 없던 내게 그는 참으로
친절하고 다정 다감했습니다.

그가 내게 보인 그 친절함이 나 혼자 사랑이라는 감정을
키웠는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제껏 살면서 한번도 내 입밖으로
그것이 사랑인지에 대하여 말하지는 않고 살았습니다.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누군가 내게 첫사랑을 물으면
나는 말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스물 몇의 나는 내 감정에 치우쳐서
나를 져버릴 수 있을 만큼의 용기도 없는 아가씨였고.....

그는 언제나 다정한 한 아이의 아빠였고, 아내를 지극히 아끼는
아름다운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내게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 나는 한번도 물어본 적도
없었습니다.
다만 내가 혼자서 아름다운 사랑의 감정을 키우고 있었던 건
사실이었습니다.

그 때 이후로 내가 알게 된 건
사랑이란 게 현실적으로 어울릴 수 없는 사람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거였습니다.

역시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 걸까요?

이 가을에는 왠지 평소보다 진한 커피향이 그리워지고
오래전 잊고 지내던 마음의 고향이 자꾸만 그리워지고
그럽니다.

어느 늦가을날에는 바스락거리는 낙엽위에 앉아서
사진을 찍던 일들이 이젠 추억의 한편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이곳으로 발령을 받고 오랜시간 동안 그를 보지 못했습니다.

나의 안부를 궁금해하며 나를 보려고 들른다고
그에게서 전화를 받은 오래전 어느날
그날은 마침 내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을 한 날이라
출근을 하지 못한 날이었습니다.

마치 현실과 꿈을 오가듯 엇갈리고 마는 삶의 인연이
그와 나는 거기 까지였나 싶어집니다.

그가 있는 자리 옆에는 항상 내가 근무를 하게 되는
어쩌면 아주 우연인듯 해도 많은 인연이 있는 듯 하였는데.....

이제 난 그를 그리운 나의 첫사랑으로 남겨두었습니다.

참 좋은 사람이라고 .....

무뚝뚝하기만 한 나를 그냥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고
그는 늘 나의 좋은 점만을 이야기해 주곤 했었는데 .....

지금이라도 편지 한통을 쓸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을 생각입니다.
왠지 그러면 더욱더 쓸쓸해질 것만 같은 자신이
보기 싫어서일 겁니다.

자신의 사랑이 아무리 진실되고
아무리 당연하다고 하여도
다른이를 아프게 해서는 안된다고
수도 없이 다짐하며 건너오던
그 무수한 시간의 강물에

이젠 그리움 한 조각을 띄워봅니다.

함께 했던 추억이 많은 계절
어김없이 돌아오는 가을이 되면

어느새 떠오르고 마는 그의 이름 세글자가
이제는 그마저 점점 낯설어 지고 있지마는

참으로 내겐 소중하고 아름다운 사랑이었다고......
나는 감히 말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너무나 사랑했기에 상처를 줄 수 없었다는 걸
그는 아마 지금껏 알지 못할 겁니다.

혼자만의 사랑을 하며 살아가던 그 많은 시간들속의
나는 언제나 달래줄 그 무엇인가를 찾아 헤맸던 것 같습니다.

책..... 음악..... 친구......일.......
그 모든 것들이 아픈 나의 상처를 치유하기엔
많은 시간들을 필요로 했습니다.

너무도 가슴 절절했던 사랑이었기에
그 이후로는
아주 오랫동안 지금에 이르기까지
나는 소식조차 전할수가 없었습니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한다는 건
능숙한 연기력을 요구하기에 내겐 너무 어려워만
보였습니다.

이제 나는
나의 자리를 찾아서 나의 길을 잘 가고 있음으로
해서 추억 저편의 그를 가만히 꺼내어 봅니다.

그럴수는 있을거라고.....

추억은 추억으로 아름다운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