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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702

개사람(犬人)


BY 프리즘 2001-09-03

8월의 마지막날, 유수의 세월이 흘러 그 악마같은 21세기의 첫 뜨거운

혓바닥을 집어넣고 이제 꼬리를 보이려한다.

밤새 세이클럽에서 왠 우주인에 미친 한 인간과 해가 휘영청 떠올때

까지 우주와 삼라만상에 대해 떠벌리며 잘난척을 하다가 잠들었다.




커헉~ 울리는 손폰의 진동에 감전된 것처럼 흠칫놀라 시계를 보니

어언 오전 1시다 -__-

생각해보니 8월의 마지막 날이란 것은 한달동안 퍼질러지낸 집안의

온갖 세금쪼가리들을 모아 나라에 갖다바쳐야 되는 개같은 날이란

뜻이었다.

혹시나 통장의 잔고들이 쓸데없이 신청해놓은 자동이체의 마수에

걸려 휘리릭~ 날아가버리기 전에 얼렁얼렁 찾아놓으려고 부리나케

세수도 안한채 모자눌러쓰고 튀어갔다.




아~~~ 악마의 손길이란 이다지도 빠른 것인가.

벌써 35만원이란 돈이 내가 한번 긁어보지도 못한 카드대금으로 빠져

나가 동생놈을 원망하며 닭똥같은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할수없이 지갑뒤쪽에 쑤셔 박아놓은 비상금으로 관리비며 보험료며

주민세까지 득득 긁어냈다.

그때 시간이 오후 2시.

물한모금 밥한톨 안넘어간 목구멍을 좀 적셔줄 요량으로 정수기의

일회용 컵에 손을 갖다대는 순간, 창문넘어로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똥차한대가 앞대가리를 치켜들고 끌려가는 것이다.

아마도 그때의 내 낯짝은 마이클조단이 백인이 된듯한 형상이었을게다.





아....욕하고 싶어라.....

세상에 있는 욕이란 욕은 다 퍼붓고 싶어라.

미처 내가 습득하지 못한 쌍스런 단어들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

뜻이야 알던말던 아무꺼나 지어내서 볼륨이빠이로 떠들고 싶어라.

하지만 내가 아는 유일한 욕은 '젠장' 한가지 뿐이니, 이 어이

원통하지 않으리오.





정신을 차려보니 온데간데 없는 똥차대신 나무기둥에 붙어있는

뻘거무리한 종이쪼가리 하나.

택시로 지금 ?아간다해도 거금 3만원은 기본안주, 택시비 7천원,

벌금 ....얼만지 모르겠네 -_-

여튼간에 10만원 돈이 휘딱 날아가게 생겼으니 미치고 도치고 짬푸친다.

늦게가면 나만 손해.

택시타고 붕하니 날아가서 뻘건 종이를 휙~ 던지며 내차 내놓으라했다.





젠장....싸가지 재수만땅인 털보아저씨가 사람무시하며 서명하란다.

안그래도 짜증이빠이!!! 언넘걸리면 동맥을 이빨로 잘근잘근 물어뜯어

피뽑아내고 화공약품을 들이부어 뼈까지 흔적없이 녹여버리고 나서!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살코기들은 중국만두집에 팔아버리고 눈알은 빼서

알사탕삼고 싶은 심정인데 이넘시키가 감히 내 승질을 긁어?

꾸워어어어어어어어~~~~





조용히 서명하고 돈내고 차가지고 집에왔다. -__-

휴....

엊그제 큰맘먹고 파마해볼려고 들어갔던 미용실 원장아줌마가 내 머리털에

파마약바르면 그나마 남아있는 개털도 보기힘들다며 약간 쫄은 목소리로

날 다독거려 보내지않았다면, 오늘 내 차는 영영~ 찾아오지 못했을 터.

오늘의 이 영광을 경산영대앞 가위소리미용실 원장님께 바칩니다.





난 왜 속상할때 내뱉을 욕한마디도 모르고 살았던 것일까......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