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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내 귀구멍을 놀렸냐 ?


BY sj64 2001-08-16

오랜만에 쨍~~~~~한~볕

이열치열 사골 칼국수 한그릇 둘러삼키고
슈퍼모델 참가 할일도 없는데
짧은 다리 곧추세우고 체중계위에서 묘기를 부리다
컴퓨터를 두드리다
그것도 시들시들~~~~~~

오수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스르르 눈이 감겨올라치면
자꾸만 귀가 울어 뒤채이길
대 여 섯 번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었다.

잠자리를 바꿔 방으로 들어가니
귀울음증세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원인분석과 단잠을 바꾸기로 결정.

거실바닥에 다시 누우니
역시나 그 증세가 일어났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귀를 후비다
명상자세를 취하다
지난번 문턱이 닿게 다녔던 이비인후과 의사선생 욕하다
.
.
요즘 유행어로 생쑈를 하다

문~~~~득

부엌 씽크대 쪽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다
화 들 짝
문을 열어제켰다.

-소사소사 맙소사!

"바로 니가 내귀구멍을 놀렸냐?"

칼국수 싫다는 아들녀석에게
군만두를 해주고 넣어두었던
전 기 오 븐
의 타임어가 여지껏

뚜우뚜뚜우뚜 뚜뚜거리며 가고 있었다.

결혼 혼수품 중 유일하게 잘 써먹는
조그마한 전기오븐
그 쪼꼬만한 것이 날 놀리다니

고것이 남은 시간을 여지껏 충실히 가고 있는 것을 보니

벌써 십수년전의 그 땀나던 날로 나 역시 걸어가고 있었다.

선풍기가 흔치 않던 시절

우리집에도 선풍기가 생겼다
그것도 타임어가 부착된 신제품
하지만 그 타임어의 구실은
늘 사십오분
임의조종이 불가능한
그러나 당시로선 획기적인 대접을 받기에
전혀 손색이 없는
명품이었다

(삼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번의 고장이 없었음)

그 후 얼마쯤이었을까
근방에선 손 꼽히는 부잣집으로 시집간 언니집엘 가게 되었다.

언니집은 높다란 기와집부터 위압적이고
새로운 물건이 쏟아질때마다
첨단을 달리는지라
갈때마다
새 물건 구경꺼리가 있기마련

초등학교시절
여름방학
언니집엘가서 하룻밤 자게 되었는데

-잠 들기 전 선풍기 끄고 자거라

언니의 당부를 잊지않고 선풍기를 끄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선풍기 날개도 멈추고 바람도 분명 나지않는데
이눔의 기계속에선 여전히

-띳 띳 띳 띳 띳~~~~~~~띳

미치고 환장 할 일

열달아 결국 `꽝`하고 터지는건 아닐까 ?

언니를 깨우자니 챙피하고
플러그를 뺏다 꽂았다
벗어 놓은 옷가지를 뒤집어 씌워 놓고
모올래 때려보기도 하고
.
.
아뭏든 그날밤 남모른 눈물을 씹어삼키며


촌년이 촌에서 기죽은 하룻밤

난 시방도 그 공포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기죽어귀죽어 살고있당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