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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기....뻐꾸기둥지위로 날아간새


BY 봄비내린아침 2001-08-05

원제: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
두권짜리 비디오를 작정하고 빌려왔다.
폭염만이 기승을 부리는 8월 한낮에 혼자 고즈넉이 앉아 빠져본 영화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

이 영화에서 잭 니콜슨은 39세의 '싸움 잘 걸고, 불만투성이이며, 작업시간엔 농땡이 전문'이던 형무소 죄수였다.
'이보다 더 좋을순없다'에서의 그의 연기와는 사뭇 달랐지만, 그만의 절제된 내면연기는 역시 훌륭했다.

그는, 강재노동을 피해 두달여 남은 복무기간을 떼우는 방법으로 정신병자 행세를 하며 조용하고 수동적인 정신병자들 틈으로 스스로 걸어들어온다..

일정표와 병원의 규율에 잘 길들여진 환자들, 그리고 거의 무표정에 가까운 수간호사인 랫치드..
겉으로 잔잔하고 평온해뵈던 병동에 맥머피가 등장하면서 조금씩 변화가 기류가 돋는다..

집채만한 인디언 브롬덴은 귀머거리에 벙어리이다.
맥은 브롬덴을 농구대 앞에 세워놓고 농구하는법을 가리켜주기도 하고, 카드놀이로 환자들의 모든 담배를 죄다 따오기도 한다.
이런, 맥의 행동을 멀찌감치서 관망하는 랫치드간호사..
영화의 맥은 이들 두사람의 보이지않는 팽팽한 줄다리기였다.
시즌 야구경기중계를 보고싶어하는 맥과, 동안 정해놓은 일정표를 핑계삼아 투표를 이끌어내는 랫 간호사의 싸움, 거기에서 이들 두 사람의 대립은 최고로 팽배해진다.

인간이 가질수 있는 최소한의 자유의지조차 묻혀진 정신병동의 낱낱이 잘 보여진 영화였고,
주류와 비주류, 힘있는 자와 힘없는자,지배하는자와 지배당하는자, 보여지는것과 숨겨지는것, 그건 이 영화가 만들어졌던 1975년당시나 현재나 또한 미래에나 영원히 불변할 삶의 한 단면일것이다.

추장 아버지를 잃어버린 덩치큰 인디언,
그는 귀머거리 벙어리 행세를 하며 자신의 삶, 자체에서 한발짝 떨어져서 그저 관망하듯 제 3자인듯 살아간다.
그러던 브롬덴은 적극적이고 표현이 직설적인 맥의 행동에 서서히 관심을 기울이게 되고,난동을 부리던 맥이 병원경호원에게 당할 위기에 처하자 그를 구하게 된다.
병원측은 그들의 흥분을 잠재우기위해 강제로 약물을 투여하게 되고 이를 계기로 브롬덴은 닫았던 입과 귀과 마음을 맥을 향해 활짝 연다.

'튀어나온 못이 망치를 맞는다"는 말처럼
모든것에 너무나 자신만만던 맥은 조금씩 조금씩 보이지않는 힘에 의해 모든것을 잃어가고,
병원은 의도했던 데로 문제의 그를 서서히 죽여감으로써 예전의 그 평온한 모습으로 점차 돌아오는듯했다.

마지막,,
축 늘어져서 식물인간이 되어 침대에 실려 들어온 맥을 안고 오열하는 인디언 브롬덴..
브롬덴은 맥을 안고 함께 탈출하자고 말하지만,이전의 맥은 이미 그 자리에 없고 빈껍데기만이 브롬덴의 가슴에 안겨 있을뿐이었다.
제도와 억눌린 규율사이에서 정상적인 한 인간이 서서히 죽어가는 모습은 참으로 암담했으며
맥이 랫간호사의 냉혈적인 행동에 역류해 그의 목을 죌때,뒤에서 소리나지않게 움켜쥐던 그들의 주먹,희미하게 뭉쳐져나오던 응원의 함성은 전혀 생각없이 히죽히죽 웃던 정신병동의 그들속에도 인간으로서의 근본적인 욕구와 좋아하고 미워하고 증오하고 사랑하고 또한 감동받고 존경할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

"맥..같이가..인제 내 자신이 산처럼 든든해.."
맥으로 해서 자기자신을 받아들이게 된 덩치큰 브롬덴이 베게로 무표정하게 굳어있는 맥의 얼굴을 묻고 누르는 장면..
진정 친구가 된 맥에게 가식과 껍질뿐인 생을 버리고 진정으로 자유로워지도록 브롬덴은 그를 해방시켜주었다..
가슴 뭉클..

그리고 브롬덴 또한 맥이 일찌기 시도했지만, 꿈쩍도 하지않는 무거운 수도배관장치를 거뜬히 들어올려 철창을 깨부수고 그가 그토록 두려워하던 바깥세상으로 뛰쳐나간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함께 자유로워진듯 환호하고 박수치는 환자들..

그들은 모두 새가 되어 둥지위를 날고 있었다..

어떤 경우에도 인간은 인가다운 삶을 살 권리가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