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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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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휴가


BY susanita 2001-08-05

나는 언제부턴가 남편만 바라보는 여자가 되어버렸다. 그런 자신이 죽이고 싶도록 미웠다. 아니 가끔은 남편도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말도않되는 생각은 남편도 아들도 없는 자유로운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어렴풋한 무의식에서 나온것이라 생각든다. 출산을 준비하며 퇴직하고 아이를 키우는 일이 너무도 행복할 것 같았는데...

남편은 열심히 일한다. 휴가도 없이 자기 사업을 한다며 열심히 일한다. 그러나 집에 가져오는 돈은 없다. 생각하기도 싫다. 그렇게 반대했건만 더 강경하게 반대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뿐이다. 이 이야기를 꺼내자니 또 숨이 차고 가슴한켠이 바늘로 찌르는 것 같아 그만두련다.
어쨌든 남편이 열심히 일하는 덕분에 휴가 4일 중 이틀은 일하고 나머지 이들 그것도 토요일과 일요일에 온천과 수영장이 함깨 있는 곳을 시어머니와 함꼐 가기로 했다. 나는 남편과 아들, 이렇게 조용히 쉬다가 오고픈 마음이 있었으나 시일도 없고 남편이 피곤할까봐 또 힘들게 일하시는 시어머니 몸 좀 푸시라고 등등 골고루 고민하여 그렇게 하자고 남편에게 먼저 이야기 했다. 그래서 나는 사촌오빠에게 자존심이고 뭐고 다 버리고 차도 빌리고 이제 걸어다니는 아들놈 물놀이 튜브도 챙기고 분주하게 채비를 하고 시댁을 향했다. 그런데 시어머니는 뭐하러 힘든데 가냐며 시큰 둥 해 했고 시동생은 저녁 약속이 있다며 안가겠다고 했다. 그렇게 몇분이 지나 "그럼 바닷가가서 회나 먹고 오자"고 시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집에 쳐박혀 내내 밥만해대고 있는 것 보다는 좋겠다 싶어 신나게 따라 나섰다. 우리가 간 곳은 인천이었다. 바다냄새는 비릿해서 토할 것 같고 온통 러브호텔과 회집으로 도배가 된 곳이었다. 역겨웠다. 바닷가 주변에는 오물로 그 냄새가 더욱 역겨웠다.
도착하자 마자 바로 회집에 들어가 회를 먹었다. 휴가 예산을 10만원으로 잡았는데 그 놈의 회가 8만원이란다. 어이가 없었다. 이미 영화한편보고 난 뒤라 그렇게 되면 10만원은 이미 다 날라간 것이다. 즉 이제 뭔 짓도 못하게 생긴것이다. 왜 이렇게 내 인생은 꼬이는 건지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는 마음으로 그래 바닷가 구경이나 알차게 하고 가자 했는데 시어머니는 피곤하다며 차로 한 번 들러보고 가자했다. 그래서 그 잘난 회만 먹고 한 3분 바닷가 보고 시댁으로 돌아왔다. 나는 너무도 어이가 없었다. 어떻게 이렇게 휴가가 끝이 날까.
애써 속상한 마음을 접고 잠을 청했건만 난 이렇게 새벽에 깨어 생각한다.어제의 일이 별것 아닌 일인데 왜 그리 속상하고 남편이 죽이고 싶게 밉고 한심하게 느껴졌을까? 그건 나의 모든 즐거움과 슬픔 현재와 미래 심지어 가치관까지 남편에게 매달고 있기때문일 것이다.
사회문제에 민감하고 일을 사랑하고 자기개발을 늦추지 않던 열정적이던 나는 대체 어디간것일까? 어쩌다 새벽에 귀신처럼 일어나 앉아 눈이 빠져라 남편을 쳐다보는 섬뜩한 여자가 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