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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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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만 되면 생각나는 남편의 광안리...


BY 새벽 2001-07-19

난 결혼 10년차 전업주부..
남편은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다..
아니 직업이 군인이라 더욱더 전형적인(무뚝뚝하고 무드없는)
갱상도 남자다..
난 남편을 22살에 만나 23살에 결혼을 했다..
남편은 나보다 무려 7살이나 연상..
그러니 나를 만나기전에 연애 한번 안해봤을리가 없었을것이다..
그렇게 짐작만 하고 있다가 술이 들어가면 나의 꼬드김에 잘 넘어가는
남편에게 신혼초에 알아낸바로는 광주에서 교육을 받던 시절 부산사는
이모가 소개해준 아가씨를 만난적이 있는데 몇번 만나지 않아 그쪽
아가씨가 어른들이 미리 봤다는 사주를 들먹이며 헤어지자고 했다는
것이다..거리도 멀고 힘든 교육중이던 남편은 몇번 만나지 않은 상태라서 별다른 마음의 상처없이 헤어졌다고 털어놨다..
어디서 데이트를 주로 했는데?? 라는 나의 물음에 응 광안리야..라는 대답을 들었고...뭐 그럴수도 있으리라 생각하고 시간이 조금씩 지나
난 까마득히 잊고 살았었다..

재작년 대전에서 살때다...
항상 바쁜 남편때문에 결혼 후 처음 휴가를 받아 들뜬 마음으로
짐을 꾸리고 아이들을 챙겨서 집을 나섰다...
목적지는 친정이 있는 부산!!
멀미가 심해 먼길 갈땐 어쩔수 없이 운전을 도맡아 하는 난
룰루랄라하는 마음으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옆에 앉은 남편도 기분이 좋은지 나를 보며 넌즈시 한마디 한다..
여보 우리 오랜만에 광안리나 한번 갈까???
아니..!! 이게 무신 자다가 형수 다리 껌붙이는 소리냐??
뚜껑이 열린 나는 그상태로 운전을 하다간 사고를 낼것 같아서
갓길로 급히 차를 세웠다..
그리고 남편을 옆으로 휙 째려보며 "난 당신과 광안리에 간적이
한번도 없는데?!"라고 쏘아붙였다..
남편은 얼굴이 하얗게 핏기가 가셨고 말까지 버벅거렸다..
"아..아니..전에 당신이랑 간적이 없던가? 그럼 친구랑 갔었나??"
"그여잘 아직도 못잊은거야??" "아냐.아냐 그럴리가..말도 안돼 여보.
실수야 이건 순전히 실수라고..." "앞으로 내앞에서 한번만 그런
착각을 하면 가만히 안있겠어.."
휴가의 들뜬 분위기는 차악 가라앉고 부산으로 가는 차안엔 몇시간동안 정적만이 흘렀었다..가끔씩 들리던 남편의 침꼴깍거리는 소리외엔.

그런데....문제는 그 사건이 있을때 차뒷좌석에서 자고 있는 줄
알았던 큰아들넘이 우리의 대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 있었다는
거였다...그후로 우리집 남자는 여름만 되면 아들에게 꼭꼭 한마디씩
듣는다...원래 능글스러운 이녀석 아빠를 지그시 쳐다보며 하는말..
"아빠 올여름에 저랑 광안리 안가실래요??"
마구 괴로워하는 남편의 얼굴....깨소금 맛이다..ㅎㅎ

올여름엔 정말 남편과 광안리해수욕장에 가서 새로운 추억을
심어주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곤혹스러워 하는 남편의
얼굴을 보면서....아!! 광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