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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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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없는 여자가 되어...


BY 소낙비 2001-06-29

맥없이 앉아 사람을 기다리는건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다.
밥만 먹고 온다던 사람이 감감무소식이면
한잔 하나보다 싶은데... 영 불안하다.

술을 입에대면 만취가 될때까지 가는
성격이라 아직도 안오는걸 보니
분명 고주망태가 되어 들어올것 같다.
집까지 무사히 귀가하는것도,
들어와서 사람 괴롭히지 않고
조용히 자 줄런지도...

이런상황에서는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TV 를 봐도
건성으로, 괜히 누었다, 앉았다,일어섰다 하며
눈은 수시로 시계에 간다.

남편은 워낙 내성적이라 평소 맨 정신으로는
말을 잘 안하는지라 혹시 들어오면
시비거리를 제공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에 요근래 내가
눈에 거스리는짓을 했나,
곰곰히 되짚어 보기도 해보지만 ,
전혀 엉뚱한 일로 트집을 잡으니 감을 잡을수도 없다.
나는 좌불안석이 된다.

그냥 맥없이 앉아있느니 뜨게질이나 해볼까 싶었다.

낮에 백화점에서 니트안에 받쳐입는 소매없는손뜨게가
걸려있어 마음에 들어 가격을 봤더니
8만원이나 했다. 비쌌다.

눈여겨 살펴보니 주로 길게뜨기만 한것이라
이정도면 나도 뜰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실을 사와서 시작을 했는데 10시부터
2시간 남짓 뜨게질을 해도 5줄밖에 뜨지 못했다.

다른건 얼렁뚱땅 끼워맞춰 잘하는데
뜨게질 만큼은 내가 생각해도 진짜로 못한다.
시작은 잘해나가다 항상 도중하차다.
이웃아줌마들도 날더러 다른건 다 잘하면서
왜 뜨게질은 못하느냐고 우스워했지만
이상하게도 속도가 나가지 않았다.

여름이 시작되어 모자를 하나뜨면 그해 가을이 와야
끝마무리를 했고 그다음해에 쓰고 다녔다.
수제품들이 괜히 가격이 비싼게 아니다 싶다.
팔도 아프고 찐득하니 앉아있질 못해
5줄로 끝내고 컴앞에 앉아본다.

한타래만 살걸 실없는 자신감에
괜히 세타래나 샀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