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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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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만 먹고 살 수 없는 여자


BY 쟈스민 2001-06-28

정이란 건

사람하고만 드는 건 아닌 가 보다.

벌써 한 4년이 되었나, 처음 오디오를 구입하고 하도 좋아서 반질 반

질 윤이 나도록 닦고, 새로운 벗이 하나 생긴 기분으로 가슴 설레어

하던때가 엊그제 같다.

그녀가 집에 있는 시간에는 항상 음악이 흐르고 있었던 것 같다.

아이들이랑 학습을 하는 시간에도, 그냥 생각에 잠겨 있을 때도,

밥을 먹을 때도 늘 그림자처럼 함께 하던 음악이 흐르는 그 시간들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른 그런 시간이다.

그런데, 주인을 닮아서 그런지 요즈음 그 친구가 신통치가 않다.

여름 감기에라도 걸린걸까?

너무 지치게 한 그녀의 손길 때문이었는지

소리가 나오다 안 나오다 속을 썩이고 있다.

늘 그녀의 생활속의 일부분이 되어 버렸는데 그 소리를 들을 수 없다

는 건 그녀에게 아주 큰 공허를 남긴다.

어제는 하도 답답해서 오디오 매장엘 갔다.

새로 나온 오디오들은 디자인도 심플하고, 소리도 정말 깨끗했다.

하지만 이리 저리 둘러보다가 그냥 돌아온다.

문득, 지금의 오디오를 처음 구입하고 얼마나 좋아했었나,

내가 과연 그 친구를 버릴 수 있을까?

그동안 너무도 정이 들어 쉽게 버릴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두 번의 A.S를 받았건만 여전히 같은 증상을 앓고 있는 그 친구를

어떻게 해야 하는 가.

기사가 돌파리인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약간은 새 오디오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와서 그 친구를 이리 저리 만져보지만 뭘 모르는 그녀는

그냥 답답하기만 하다.

어쩌다 보니 소리는 나는데... 만족할 만큼은 아니고....

우리 사는 세상은 새로운 물건들로 넘쳐나는 세상이건만

그 놈의 정때문에 물건하나 바꾸기조차 쉬운일이 아니다.

오래된 벗처럼 늘 곁에 두고 함께 산 시간들이 그녀의 가슴속에

조용히 남아있었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피곤에 지쳐 쉬고 싶을 테면 언제나 말없이 그자리에서 그녀를

편하게 맞아 주었고, 아주 맑은 목소리로 기분을 호전시켜주는 그

친구는 정말 오래된 벗처럼 내가 무슨말을 하더라도 다 들어주는

그런 친구였는데....

그녀의 마음이 허락하는 시간까지

한번 더 그 친구를 살려 보고 싶다.

그리고 오래된 벗처럼 늘 가까이에 둘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남편은 그냥 하나 새로 사 버리라 말하지만

그녀에게 그 친구는 아주 특별한 의미이기 때문에 쉽게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친구를 계속 오랜 친구로 두게 될지

새 친구를 맞아들일 지 아직 그녀는 모른다.

하지만 쉽게 잊혀질 것 같지가 않다.

밥만 먹고는 살 수 없는 여자에게 그 친구는

너무도 소중한 의미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