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시험에 들게하지 마소서
시집 간 첫날부터 주문처럼 외우고 다니던 말이다.
"시"자 붙은 사람이 눈짓 손짓만 해도 여간 신경이 쓰이질 않았다.
일처리하는데 미련해보이지나 않을까, 너무 느리다고 흉 잡히지 않을까, 내숭떤다고 쑥덕거리지는 않을까????~~~~~~
제 아무리 자신감있는 사람일지라도 결혼초엔 일단 이런 걱정을 해보는 공통증세가 있을터인데 더군다나 시골 시집에서 시어른들과 함께 시작된 나의 결혼생활은 말할나위도 없었다.
모든게 한번쯤 시험해 보려는 의도가 다분히 깔린 것 같아 하루종일 머리굴리는게 일이었다.
일은 순서있게 빠르게 깔끔하게, 못하는 일이 없는 팔방미인이란 점수를 초기에 확보해놔야 구만리 창창한 내 앞길이 그나마 편치않겠나, 그래서 가끔 실수를 하더라도 아니면 괜한 싫증에 일부러 사고를 치더라도 -어쩌다가, 오죽했으면- 본질을 떠난 동정으로 만회해 갈 수 있으리라.
(아이고 두야! 머리를 너무 굴리다보니 )
따지고 보면 이렇게 남다른 두통을 스스로 만들어 괴롭게 된것도 결혼전 옆집 그 머슴애 탓이다.
키도작은 것이 석달열흘 대롱거린 맹태마냥 살한점 없는 것이 입은 살아가꼬 시집 온 형수를 괴롭히는디
지몬양같이 형수를 말려 죽일 참이여
-우리 가문 사람으로 맹글라믄 할 수 없는거여
암소리 말고 두고 보드라고...?-
이럼서 재주도 좋아 참새를 한꾸러미 꿰차고 와서 참새구이를 만들라거니 붕어를 한대야는 잡아와 붕어찜을 만들라거니 자정도 지난 시각에 친구들 몰고와 술상을 내오라는둥 "시"자붙은 유세를 부리는 거여.
바로 그녀석 소행이 굶어죽은 귀신마냥 달라붙어 내머리속을 파 먹는 끔찍한 망상에 시달릴즈음,
그것이 결코 망상이 아니란 사실,
망나니 시동생이나 저지르는 시험이 아니라
바로 내 발등에 떨어진 불덩어리~~~~~~짜자안 짠
결혼한지 육개월 쯤 지났을까
서울사는 둘째 시아주버니의 행차!
소풍온 어린애처럼 이리저리 구석구석 만져보고 훑어보고
(생김샌 영낙없는 정일 김 위원장인가 뭔가를 닮았구만
우째 방자 스타일을 벗지 못한것가터 수상시러워)
아니나 다를까 심심해서 논이나 둘러보고 오겠다고 나간 양반이 황소개구릴 한꾸러밀 내던지며 끓여보란다.
이까짓 개구리 몇마리로 날 시험에 들게 하다니
덩치가 아까운 양반 볼품이라도 없으면 용서가 되지
우째 방자 스타일이 수상시럽더니
하지만 주문을 골백번 외우면 무엇하나
날 시험에 들게 하겠다는데
시킨대로 하는지 순종적인지 요리(?)솜씨가 워쩐지 알아보것다는디
팔방미인 점수를 단 한번에 딸 수 있는 일생일대 절호의 기회라는걸
뻔히 알면서 내 우째 개구리 요리를 할 수 있것시요
-오모-오! 엄마~~~~ 엄마아~~~~ㄱ 개구 개구리 ㄱㄱㄱ
(생쑈도 분수가 있지, 촌가시내가 개구리 첨 봤간디
뒤로 나자빠지는 시늉을 해감서 내숭을 떨었제
영낙 없이 깨구락지 뻐르적거리듯이 했당께)
명색이 새댁인디
생전에 개구리 요리를 해보고 안해보고를 떠나서
"시"자 붙은 인간들의 소행을 생각하믄 생쑈를 불구하고 별지랄을 다 떨어서라도 빠져나갈것은 빠져나가고 봐야제
(나도 시누이, 하지만 양말 한짝 내던진적 없었음을 "시"자 여러분을 두고 맹세함)
나의 기막힌 오버액션에 당황했는지 오동포동한게 어디가 닮은 것 같은 황소 개구리를 끝내 버리지 못하고 손질하던 시아주버니
(오메- 고소한거!!!!)
그날 저녁식사 시간
-막둥아! 너 개구리 먹으면 계수씨가 같이 잠 안잔데 ㅋㅋㅋ-
그런데 시아주버니를 비롯하여 남편은 물론 어린 조카애들까지 머리를
맞대고 먹기 시작하는데
게걸게걸게걸게굴개굴개굴개굴개굴~~~~
-으짜꼬! 저것들 인간이 아닌가벼
혹시 오늘이 백일째되는 날?
아니면 백마리째 먹는 날?
오! 시험에 들게하지 마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