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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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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머무는 느티나무...2


BY dlsdus60 2001-06-16

느티나무는 사시사철 마을 사람들에게 많은 것들을 가져다주었다.
봄이 오면 연녹색 옷을 입고 가난한 살림에 고단한 생을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에게
푸르른 희망을 주었고 여름이 되면 시원한 바람과 그늘로 어른들에게는 편안한
쉼터와 아이들에게는 놀이터가 되어 주었다.
그리고 가을이 되면 단풍나무 못잖은 아름다움을 뽐내며 마을 사람들을 비롯한
마을을 찾는 낯선 이방인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선물했으며 북풍한설 몰아치는
겨울이 되어도 쓸쓸하고 초라한 빈농의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 되어 의젓한
모습으로 마을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렇게 소중한 마을의 보배인 느티나무에 귀신이 출몰했다는 소문은 마을 사람들
에게는 실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사람들은 시간이 흘러도 진정되지 않는 소문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소문의
진원지를 찾았고 친구 아버지는 삼삼오오 몰려드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목격한
귀신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아, 글씨 말이여. 참말로 봤당께! 정 못 믿겠으면 내말 한번 들어 볼란가?"

사람들은 친구 아버지가 시작하는 말에 혀를 차면서도 궁금한 듯 귀를 기울였다.

"저번 날, 겸백장 말이여. 그날따라 손님이 무자게 많았당께! 그래서 낮밥도 못
묵고 일을 했단 말시. 그라고 그날따라 날이 꾸물꾸물해 저녁 늦게 집에 갈 일도
걱정이 되어 서둘러 장사를 끝내고 그 좋아하는 막걸리 한사발도 못 묵고 짐을
챙겼지 않았는가!"

친구 아버지는 사람들의 의구심 어린 눈빛을 감지한 듯 냉수까지 마셔가며
자초지종을 자세하게 털어 놓았고 사람들은 그제야 의심의 눈초리를 누그려 드렸고
점점 호기심어린 눈길로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아, 그란디. 짐을 싸고 난께 배가 무자게 고프드만. 그려서 국밥 한 그릇 묵으면서
막걸리 딱 한 사발 밖에 묵지 않았당께! 그래서 그날은 참말로 술도 안취했단
말이여!
그라고 9신가? 장터를 나섰제. 자네들도 알다시피 겸백장이 여그하고 이십리길이
넘어! 아무리 빨리 와도 집에 11시가 넘어야 도착할 수가 있당께!"

친구 아버지는 구체적인 시간까지 들먹이며 자신이 술에 취하지도 않았다는 것까지
강조하였다.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그런 모습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실적인 이야기로
받아드리는 듯하자 그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을 흘겨보며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그래서 장터를 나서는디 저놈의 자전거가 고장이 나부렀어. 할 수 없이 자전차보에
가서 자전거를 고치고 본께 10시가 넘어 부렀어! 그라고 날이 어두워져 여러 재를
넘어 갈 생각을 하니 마음도 급한디 비도 곧 내릴 것 같았어! 그래서 힘을 다해
페달을 밟아 힘들게 애뚱재까지 왔지 않는가!" 그때서야 이제 집에 다 왔구나.
안심이 되어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펴 볼라고 자전거에서 내려 담배를 입에
물고 사장나무(마을 사람들은 느티나무를 사장나무라고 불렀슴)를 바라보는데
이상한 것들이 움직이는 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