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중국의 이 회사의 요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95

친구 따라 강남가다...4


BY dlsdus60 2001-06-15

가만히 생각하니 웃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어떤 놈도 또 다른 놈도 낄낄대고 있었는데 아마도 산불을 낸 사실을 잠시 잊고 있는
듯 하였습니다. 이런 닭대가리들 같으니라고...
곰곰이 생각을 해 보니 자신이 한심하더군요.
나는 아버지께 언도받을 매의 개수를 손가락을 꼽으며 죄목별로 꼼꼼히 계산을 하였습니다.
살아남기가 어려울 것 같더군요.

첫째...근무지 무단이탈 죄(공부 안하고 산에 간 죄)... 종아리 10대
둘째...항명 죄(거기서 이놈들! 했는데 도망한 죄)...... 종아리 5대
셋째...불법화기 소지 죄(성냥을 가지고 다닌 죄)...... 종아리 7대
넷째...방화죄(산불을 낸 죄)......................... 종아리 20대
방화죄는 산불의 크기에 따라 형량이 달라 질 수 있습니다.
다섯째...인품 모독 죄(동네 분들 및 이웃 동네 분들 앞에서 자식의
잘못으로 아버지의 체면을 구긴 죄).................... 종아리 10대

답이 안 나왔습니다. 도합 종아리 52대를 맞아야 한다니 차라리 산에서 혼자라도 불을
끄다 의롭게 죽음을 맞이하는 게 나을 뻔 했습니다.
어떤 놈이 고민하고 있던 내 어깨를 툭 치며 귀를 쫑긋하더군요.
사이렌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거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평소에 큰 트럭 한대 다니기도 어려운 동네에 입구에 읍내 소방차가 도착하였습니다.
메가폰 들고 설치는 사람은 소방관 대장 같았습니다.
무전기 소리도 찌지직거리며 바지 가랑이 찢어지는 소리를 내더군요.
꼭 무장 공비 소탕 작전 나온 사람들 같기도 하고 동네는 전쟁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사람들은 손에 수건이랑 각종 장비를 들고 서성거리고 있었고 먼저 현장에 올라 간
아버지를 비롯해서 코딱지 부모님들에 의해 조금씩 진화가 되어 가는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소방차는 왜 왔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갔습니다.
산에 가서 불도 끌 수도 없는 상황인데 괜히 폼 잡으러 온 것 같았어요.
소방 호수가 산까지 갈 일도 없을 뿐더러 물도 없는데 무슨 수로 불을 끌 수 있겠어요.
그리고 그놈의 메가폰은 왜 그렇게 크게 들리는지 사이렌 소리도 마찬가지였어요.
전국에 우리가 산불 냈다고 무슨 광고할 일 있어요.
아무튼 소방차가 출동을 하니까 무슨 서커스단 공연 구경 나온 듯이 동네 아이들을
비롯해 여자 친구 그리고 후배 등등 평소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사람들까지, 심지어는
코딱지 녀석 변견까지 꼬리를 흔들며 뛰어 나왔습니다.

사태가 생각보다는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겠더군요.
불이 난 산 봉우리를 쳐다보니 아직도 연기는 피어오르고 있었고 까맣게 타 들어간
부분은 누에가 먹다 만 뽕잎 같았습니다.
해는 드러누운 서쪽 산등 위에 걸려 있고 땅거미는 어느새 우리의 등 뒤에 다가 와
있었습니다.

"야! 우리 이젠 어떻게 하지?"
"뭘 어떻게 해! 감옥 가는 일만 남은 거지."
"학교는?...."
"당연히 못가지, 이 바보야! 태학이야 태학!!~"

웃기는 놈들이었습니다.
당장 마을에만 내려가도 맞아 죽을 것인데 감옥 가는 것, 태학 걱정을 하고 있다니...

"야! 너는 좋겠다. 맨날 시험 보면 선생님한테 매만 맞았잖아!"
".........??"
"태학 맞으면 학교 안가서 좋고 매도 안 맞으니 좋잖나?"
"흐흐, 증말 그렀네!"

이그, 빙신이 따로 없다. 저러니 항상 애들 꼬봉이나 하고 살지.
고개를 돌려 산 밑을 보니 동네 분들이 한두 명씩 짝을 지어 내려 오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아버지 모습도 보였습니다.
연신 고개를 돌리시더니 나를 목메이게 부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성난 사자의 울부짖음 
같았습니다.

"종필아!! 종필아!!~~"

심장이 벌렁거리며 사지는 덜덜 떨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자리에 주저앉고 싶었지만 더 버티다가는 영원히 집에도 못 들어
갈 것 같았습니다.

"종필아!, 니네 아버지가 불러야!"
"알어 임마!"
"내려 갈 거야?"

어떤 놈이 물었습니다. 한참을 망설이다 마음을 굳게 먹고 마을로 내려가기로 하였습니다.
운동화 끈을 다시 묶고 바지도 추겨 올리고 윗도리의 자크도 다 채웠습니다.
마음 같아 선 온 몸에 솜이라도 둘둘 말아서 내려가고 싶었지만 사나이 자존심은
그 행위를 허락하지 않더군요.
사실 솜이라도 있었으면 다행이었겠지요. 제 몸이 마루타는 아니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