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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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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따라 강남가다...1


BY dlsdus60 2001-06-14

사건이 발생한 것은 중학교 2학년 겨울 방학 때였습니다.
그날도 나는 아버지께서 늘 강조하시는 공부는 안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 친구가
겨울 땔감을 마련하기 위해 동네 뒷산에 간다기에 여러 명의 동네 친구들이 모여 산을
오르게 되었습니다.

산에 같이 가게 된 친구들은 다섯 명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날따라 무척 추운 날씨였는데 뒷산은 두 말할 것도 없이 더 추었습니다.
누구랄 것도 없이 개털처럼 온몸에 자라난 솜털은 떨고 있었고 까마귀가 보아도 형제나
남매로 착각할 정도로 낀 때는 목덜미를 비롯하여 손등에도 덕지덕지 붙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코를 후비고 난 손톱 밑에는 코딱지 등 오물이 끼어 있어 흡사 먹물에 손가락을
넣었다 뺀 듯 새까맣게 물이 들어 있었습니다.

알량한 자존심을 생각해서 구체적으로 누구라고는 밝히지 않겠지만 그 중에도 사람의
손과 피부를 닮은 아이는 딱 한 녀석이 있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손톱 밑에 때가 끼었다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형한테 얻어맞고
목에 숯덩이로 그림을 그려 놓았느냐며 부지깽이 날리시던 어머님의 모정에 신물이 난
그 아이가 바로 유일한 사람의 자식 이였습니다.

사람의 자식이 까마귀 후손 같은 아이들과 동행하여 산에 갔다는 것부터 잘못된
시작 이였으며 사건의 발단도 되었던 것입니다.
그날 사람의 자식은 까마귀 노는 골에 백로야 가지마라는 옛 선인들의 가르침을 그만
망각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자식의 공부를 위해 새벽부터 토끼 눈이 되도록 장작에 불을 붙여 온돌방을 달구어 놓은
아버지의 부정도 내 팽개쳐 버린 자식이 온전하게 산을 내려온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였습니다.
뒤통수에 닿는 오후 햇살은 목덜미를 미지근하게 할 만큼 따뜻하였지만 황소 같은
산바람이 몰려 와 우리를 바람도 자고 간다는 양지바른 언덕으로 가게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잔디위에 털썩 주저앉아 위치에 맞지도 않는 억지로 말다툼을
하다가도 끝내 말발이 약한 녀석의 우스개 소리로 다툼을 마무리 짖고 죄없는 시간만
죽이고 있었습니다.
땔감을 해야 할 친구는 무슨 배짱인지 땔감을 마련할 생각도 않고 코만 후비다 손가락
끝에 딸려 나온 코딱지를 떼어 내는지 먹는지는 알 수가 없었으나 입맛을 다시는 것은
분명히 보았습니다.
지금 아이들은 그런 모습을 보면 더러워서 같이 못 놀겠다고 야단하겠지만 그때는 너무나
자연스런 모습으로 지저분하거나 창피한 행동이 아니었기에 어느 누구 앞에서도
당당함이 있었습니다.
재수가 좋아 왕거니라도 끌려 나오면 콧속은 너무나 시원하고 상쾌하였습니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면서 우리가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언덕에도 낯선 한줄기의 바람이
암살자처럼 나타났습니다.
파리하게 깍은 머리와 두껍지 않은 겉옷으로는 바람을 상대하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이이들 모두가 ?불처럼 몸을 움츠리며 떨고 있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주머니에 손을 넣었는데 손가락에 잡히는 물건이 하나가 있었습니다.
순간 내 입술은 살며시 벌어지며 여유 있는 웃음이 나도 모르게 새어 나왔습니다.

"야! 여그 성냥 있다."

아이들 모두가 소리치는 나를 보며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찬바람 때문에 저마다 마음속에는 모닥불을 간절하게 그리고 있던 차에
사막을 헤매다 오아시스를 만난 듯이 기뻐하였습니다.

"와! 와!~, 어디서 났어?"
"종필이 너 담배 피워?"

어떤 놈은 격려의 말은 안하고 싸가지 없이 내가 담배를 피우기위해 성냥을 가지고
다닌다고 의심을 하였습니다.

"야! 임마, 내가 무슨 담배를 피워!"
"그럼 왜 성냥을 가지고 다니냐?"

어떤 놈의 물음에 타당한 답변을 해야 하는데 순간 성냥이 어떤 경로로 내 호주머니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