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565

성폭행신고했다고 꽃뱀이라니


BY 칵테일 2000-11-21


성폭행신고했다고 꽃뱀이라니


구성애씨가 텔레비젼에 나와 꽤 오랜 시간에 걸쳐 <성>에 대한 강연을 한 적 있었다.

그녀가 주장하는 바는 참으로 한결같이 일관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여자들이 더 이상 성폭력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특히나 그녀 자신이 이미 어린 시절에 이웃집 오빠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로서, 그 사태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경험한 까닭에 그녀의 강연은 많은 이들에게 설득력과 공감을 불러일으켰었다.

하지만 아직도 이 사회는 (많은 수의 남자들에 의해 그러하겠지만) 여자들의 성폭력에 대해 이중잣대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주병진씨가 25살의 여대생을 성폭행한 사건이 생겼다.

새벽까지 함께 술을 마시다가 싫다고 뿌리치는 여대생을 굳이 집까지 데려다주겠다고 유인, 차에서 강제로 겁탈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그 위기 사항에서도 그동안 배운대로 성폭행후의 처치방법을 잊지않고 그대로 했다.

주병진이 일을 마친 후 대리운전자를 부르러 간 사이, 도주하여 병원으로 가서 정액검사까지 마치고 합법적인 증거를 제시한채 경찰에 신고를 한 것이다.

처음에는 술김이라 전혀 기억이 없다던 주병진이, 증거까지 갖춘 합법적인 신고라는 것을 알자 급기야 합의를 요구했지만, 그녀는 법적인 처벌을 원한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직업상 도주의 우려까지 있다고 판단한 경찰은, 주병진의 출국금지조치까지 현재 해놓고 있는 상태.

여기까지 그 내용을 보아서는 전혀 잘못된 부분이 없다.

그런데 성폭력을 당한 그 여대생을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많은 이견을 보이고 있다는 데에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지 않나싶다.

늦게까지 술마시고 그랬으면 다 그렇고 그런 여자인데, 뭘 새삼스레이 경찰에 신고까지 했느냐 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혹시 그 여대생이 <꽃뱀>이 아니냐는 식으로 보는 사람도 있었다.

정말...... 기가 막힐 노릇 아닌가.

성폭력도 폭력이다.
우리가 누구에게 구타와 같은 폭력을 당했다고 했을 때, 그것을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이상하다고 보는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성폭력도 엄연한 폭력의 범주에 드는 일인데, 왜 여자가 성폭력을 당했을 때는 신고하는 여자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아야 하는가.

아직도 여자가 성폭력을 당했을 땐, "여자가 꼬리를 쳐서...." 또는 "다 그럴 만한 상황이었으니까 그랬겠지" 하는 시각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는 데 놀라움을 느낀다.

그렇다면 그런 사람들의 시각으로 봤을 때는 그녀가 성폭력을 당하고도 그저 쉬쉬하며 혼자 참아야만 했었다는 이야기인가?

외국에서는 원치않는 성관계를 했을 때는 부부간에도 성폭력이 인정된다고 하는데, 그 지경까지는 아닐 지라도 우리나라의 정서라는 것이 너무 남자를 방임하고 있지는 않은지.

심지어는 꽃뱀이 아니냐는 식의 이야기까지 나온다면, 이것은 단순히 성폭행을 당한 것 뿐만 아니라, 뭇사람들에게 인격적인 모욕까지 당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그 여대생의 부모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자기 딸을 두고 꽃뱀...운운하는 자들을 과연 그 부모 입장에서 용서할 수 있을까?

남자가 실수로 그럴 수도 있지...... 누가 그러면 늦게까지 남자랑 술을 함께 마시라고 했냐.... 뭐,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면 아직도 이 나라는 여자가 살아가기에는 너무도 척박한 땅이 아닌가말이다.

남녀평등은 고사하고, 적어도 인격적으로 서로 존중은 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

게다가 상대가 연예인으로 이름도 있고, 성공한 미혼의 사업가인 것에 사람들이 많이 색안경을 끼고 이 사건을 보고 있는 점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은 성폭력을 한 사람이 어떤 사람이건 간에, 당한 사람 입장에서는 똑같은 상처를 입는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

유명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해서 그걸 영광으로 알 여자가 어디 있으며, 성폭행 그 자체를 사랑의 행위로 볼 여자가 또 어디 있겠는가.

성폭력은 그야말로 이름 그대로 폭력일 뿐이다.

주병진이란 사람이 어떤 사람이건 간에, 그의 치명적인 잘못으로 그의 신상을 망친 것은 물론이거니와, 젊은 여자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는 점에서는 안타까운 일이다.

***

도대체 언제쯤이면 이 사회에 그런 파렴치한 범죄가 사라질까.

구성애씨가 그렇게 열변을 토하며 강연을 하는 것이 얼마나 이 사회에 필요한 일이었나를 다시한번 실감한다.

그래도 그 여자는 그런 성교육을 제대로 잘 받아서 당당하게 신고까지 하였다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 여자가 혼자만 삭히며 쉬쉬했다면, 혹시 아는가. 그래도 되는 줄 알고 얼마나 많은 여자를 더 농락하였을지....

여자에게 함부로 해도 아무런 뒷탈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랬을 것인데, 내가 바라기는 많은 남자들이 이런 사건을 두고 경각심을 가졌으면 하는 점이다.

여자들도 이제 더 이상은 당하고만 살지 않는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줘야만 이런 파렴치한 범죄를 뿌리뽑을 수 있다.

더 이상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유린당하며 살아서는 안되기때문이다.

...그러게 그렇게 추잡하게 살지 말고, 제때에 장가들어 자식낳고 잘 살았으면 얼마나 보기좋은 인생이었겠는가......


성폭행신고했다고 꽃뱀이라니


칵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