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썸머는 계속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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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 썸머라는 영화를 봤다. .
멍하니 초점을 잃고 먼 곳을 응시하는.
여주인공의 시선은 젊은 변호사의 감성을 뒤흔든다..
누군가 그랬던가 사랑은 교통사고처럼 갑자기 다가온다고.
"죽고 싶어요라는 말이 어떤 사람에겐 .
살려달라는 말 보다 더 애절하게 들린다"는 남자..
똑같은 말을 들어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깊이 만큼 .
사람 사이는 다가서는게 아닐까?.
갑동을 주기 이한 억지 결론 같다는 강한 인상을 남기며 .
결국 그녀는 사형을 택했고, 눈물로 그는 그녀를 보낸다..
무죄 판결을 받은 재심후와 삼심 사이의 몇 일..
그 시간이 인생에서 그들에겐 인디언 썸머로 남으며.
겨울의 찬 손님을 맞기 전 가을. .
서늘함과 익숙해지려는 시기에 찾아오는 열정의 여름 햇살. .
가을에 만나는 여름의 마지막 몸부림 인디언 썸머. .
그건 너무도 미약해서 어떤 이는 지나가는 것조차 모를 수도 있다는.
그 인디언 썸머는 그것을 바라는 사람들에게만 찾아온단다..
그렇다면 정녕 그녀는 그걸 바랬던 걸까?.
폭력과 감금을 일삼던 남편의 마수로부터 탈출을 시도했던 그녀가.
마침내 그런 기회를 잡고 사정없이 달려나갔지만 .
결국 아무 데도 갈 곳이 없다는 현실이 그녀를 주저앉게 만든다..
그렇게 길들여진 채 살아온 세월이 혼자서는 설 수 없는 그녀를 낳은 것이다. .
갈 곳이 남편이 죽은 끔찍한 집밖에 없는 현실..
그녀에게 남은 건 죽음의 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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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
부부싸움을 하고 나면 나가고 싶어도 갈 곳이 없더라는 아내들의 넋두리를 자주 듣는다. .
철저하게 길들여져 살아가다 보면 안식은 결국 또 다른 구속이 되는 걸까?.
"나 오늘 안 들어올 꺼야.".
하고 나가서는 어김없이.
"진짜 나가려고 했는데 갈 때가 없더라.".
하며 돌아오는 그처럼. 고맙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하고..
뭐니뭐니해도 돌아갈 곳이 이곳밖에 없다는 그 절실함..
자꾸만 살고싶어지게 하지 말라는 말을 남긴 채 그녀는 떠나는 자의 길을 택한다. .
누구나 한 번 쯤은 인디언 썸머를 기다리지 않을까?.
기다린다고 모든 게 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
아직도 기대할 무언가가 남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다림은 행복함으로 바꾸어지는 게 아닐까?.
나의 염원이 그런 시간을 부를 수 있다는 걸 난 아직도 믿는다..
새로운 시간에 대한 설레임..
단지 바라고 싶은 게 있다면.......
왜 다른 사랑이어야만 하는가? .
내 곁에 있는 바로 그 사람과 그렇게 첫사랑의 떨림으로 .
나를 이끌어 주었던 바로 그 사람과 .
또 다른 인디언 썸머를 설계해 봄이 어떨는지..
아직도 사랑이 남아있다면 .
서로가 바라는 새로움을 다른 곳에서 찾기보다는 서로에게 요청함이 어떨는지. .
어른이 되었다는 건 바랄 수 없는 것은 바라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바꾸고자 하는 노력..
그 또한 더 깊은 배려와 사랑이 아닐까..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은 다 변한다. .
하지만 그 변화의 방향을 서로 설계하여 맞추어 나갈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
누군가 사랑은 두 사람이 한 곳을 바라보며 나아가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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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지나 겨울을 맞는다 해도.
그와 함께 맞이하는 또 다른 날들을 기다리는 기쁨이 남아있다면.
여름의 정열만큼 그 또한 가치 있는 시간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