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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안대리 콩트 (4) # # # - - - 레스토랑에서의 개망신 - - -


BY 안진호 2001-05-24

1,
그녀, 세실리아는 문앞에 서서 망설였다.
집중된 시선을 뚫고 안대리 있는 곳까지 가기에는,
그녀의 안면피부가 너무 얇았다.
(해석: 낯가죽이 두껍지가 않았다.)

임기응변으로 화장실로 간 세실리아는
애?J은 손만 씻으며, 뭇사람들의 건망증이 발동되기를 기다렸다


2,
안대리는 주머니 사정에 맞추어 음식을 속으로 정해놓으려,
메뉴판을 들여다 보았다.

' 바닷가재가 70,000원 윽-'
이건 탈락이다.
차라리 꽃게탕을 먹지 다 그종이 그종아닌가.

' 스테이크류가 32,000원 음-'
손바닥만한 게?
둘이면 6만원선, 잠시보류.

' 맥주가 한병에 8,000원 으-'
니미, 이거 슈퍼에서도 7백원쯤 할텐데,너무 한데..

' 불고기나, 오징어덮밥이 10,000원씩이라..흐-'
'이게 그중에 가장 싸군.
근데, 쪽팔리게 여기서 고르고 골라 이걸 먹어?'

그렇다고 그녀는 스테이크 먹고,
자신은 오징어덮밥을 먹는 주접을 떨자니...
이건 쪽팔리는 게 아니라,
쪽깨지는 일이다.
쫀쫀한 속내를 까발리며 분위기 깨고, 레스토랑에 온 의미를
말살시키는 잔인한 짓아닌가!

그렇다고 또, 옛날 우리어머니들 처럼
'나 배아프니 너만 먹어라'하면 투명가슴 돼버릴거고.
스테이크밖에는 길이 없었다.
맥주를 곁들이면,족히 10만원이 들텐데
분위기 찾다가 거덜나겠다.

언제부터 우리나라, 이정도수준 됐는지 복창터질 일이었다.
아니 안대리 자신의 수준에 울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 떠글할 파리새낀 어딜갔어.'



3,
자리에 온 세실리아는 주변분위기를 살피며 말했다.
'아까 왜그랬어?'
'파리하고 춤좀 췄지.'
'그게 오두방정 허우적춤이라는 건가?'
'후후, 라이브쑈지 뭐. 배고프지? 식사나 하자구.'

결국 둘은 칼질을 하며 맥주잔을 기우렸다.
'젠장 이렇게 타박타박하고 거칠거칠한 고기조각
뭐 좋다고들 비싼돈 내고 먹지?'
안대리는 궁시렁거렸다.


4,
썩 내키지는 않은 메뉴였지만, 이성과 함께하는 식사는 즐거웠다.
안대리는 식사후 이쑤시개를 들고 화장실로갔다.

회사에서야 책상서랍에 칫솔치약을 비치하고,
식후에 늘 칫솔질을 했지만,
밖에서는 어쩔 수가 없어 이쑤시개로 음식찌꺼기를 떼는 것으로
칫솔질을 대신하려 하는 것이다.

세면대 거울앞에 선 안대리,
'어? 웬 칫솔치약이 여기있지?'
거울앞에 칫솔치약이 가지런히 놓여있는 것 아닌가!

'과연 이집이 고급레스토랑이더니,
이렇게까지 세심한 배려를 해줄줄이야.
출장길에 여관이나 호텔같은데가면 이렇게 치솔을 주는데,
레스토랑에서도 이런 써비스를 다 해주다니..
음식값 비싼게 다 이유가 있었군.
이집 힛트다, 굳아이디어, 다른집들도 다 따라할거다.
우리나라 치과들 문닫을 날이 멀지않았다.'

안대리는 눈물날 정도로 감격하여, 그칫솔로 정성스럽게 이를 닦았다.
이는 물론, 잇몸 혀도 골고루 문질렀다.

상쾌하게 이빨을 거울에 비춰보며,
안대리는 칫솔을 밑에있는 휴지통에 던졌다.
'아니지, 이거 이집에서 도로 줏어서 다른사람 쓰라고 또 비치해 놓으면 안되지.'
던진 칫솔 다시꺼낸 안대리는
뚝 분질러 두동강을 내어 다시 버렸다.

룰루랄라,안대리는 화장실에서 ' 홀'로 나오고있었다.

그때,좌변기있는 화장실에서 웨이타가 허리춤을 추슬리면서
?아나오며 안대리를 불러세웠다.

'아저씨 ! 아저씨!
왜 내칫솔을 쓰고 그래요? 찝찝하게,
아니 쓸게없어서 남의 칫솔을 써요?
난 우리애인이 쓰던 칫솔도 안쓴단 말이예요.'

안대리는 얼굴이 빨개졌다.
그러면서도 속으로,
('이자식은 애인이 쓰던 칫솔을 쓸일도 있다는 말이냐.'
근데 왜 악을 쓰냐 악을 쓰기는..다 쳐다보잖아!)

웨이터는 열받았는지,더 큰소리로
'그리고 또, 남의칫솔은 왜 두동강을 내서 버립니까?
어차피 못쓰게 됐지만, 기분 나쁘잖아요.'

재수가 어쩌구 저쩌구하면서 웨이터는 씩씩거리며 가버렸다.

물론 아까의 그 관객(?)들 2막 1장의 '개망신 생쑈'를
무료로 또 즐기고 있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5,
분위기야 ! 너 다음에 보자하며,
서둘러 카운터에서 계산하고 나오는,
안대리는 뒤통수가 따스해짐을 느꼈다.


'니미 떠그랄, 안하던 짓을 하면 꼭 이렇다니까.'

안대리는 연신 침을 만들어 뱉았다,

세실리아는,
비싼돈 내고 일찍나온 그곳의 분위기를 아까워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