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없고.
무뚝뚝하고.
멋부릴줄 모르고
곰띵이 같은 남자가 저의 신랑입니다.
아직 서른도 안넘긴 젊디 젊은 동갑내기 부부죠.
그런데 말입니다. 누가 이 남자를 방연 스물아홉의 꽃띠라
하겠습니까?
청바지는 잘 입지도 않고 기지바지만 입습니다. 어쩐 일인지
청바지를 산답니다. 그래서 쫄쫄거리며 따라 갔더니만
구제 바지는 안된다는 기본 원칙 아래...
조금의 작은 구멍이라도 있는 총알바지 안되고
밑단이 조금만 너덜거려도 안되고
골반바지도 안되고
색이 바래도 안되고
그래도 진짜 아저씨풍의 촌스런 바지를 샀죠. 그리곤 얼마나
뿌뜻해하던지...
맨날 수염을 제대로 깎지도 않아요. 그 이유느? 수염도 가끔
쉬고 싶다나요?
근데 너무 웃기는건 이렇게 촌스런 사람이 머리는 앞머니를
약간 늘어뜨려서 자른다는거에요. 이건 내가 아무리 뭐라도
그래도 고수하는 원칙인데 자기의 못이라나요? 기지바지 입고
수염 덥수룩해서 머리는 앞머리 늘어뜨리고 정말 가관이죠?
화장품 이야기좀 하죠. 워낙 후각이 예민해서 독한 화장품은
못쓴답니다. 그래서 거금을 들려서 비싼 외제 화장품을 사줬죠.
안 바릅니다. 기름기가 있어서 싫다. 향때문에 재채기가 난다.
그래서 시아버님 드렸죠. 우리 아버님 무진장 좋아하시대요.
전 배아파 혼났습니다.
곰띵이 이 남자.....
우리집 앞에 낮은 언덕이 있고 그곳엔 아카시아가 만발합니다.
저녁때 창문을 열고 "자기가 아카시아 냄새 좋지?"했더니 "먼지
들어와 문닫아."이럽니다.
제가 머리 스타일이 바뀌어도. 염색을 해도. 화장이 달라져도.
새옷을 입어도 도통 모릅니다. "머리 했는데 이뻐?"이러면 그때서
"응"겨우 한마디... 지가 무슨 경상도 남잔가?
이 남자 밥을 먹을때 장난이 아닙니다. 밥 한숟가락 푹 퍼서...
김한장 달랑. 밥한공기를 대여섯 숟가락이면 끝이죠. 반찬은
필요없어요. 김몇장이면 끝. 아무리 맛있걸 해줘서 "김 없어?"
무슨 김이랑 원수졌는지... 제가 뭘할 마음이 안생겨요.
혼자서 밥 뚝딱 먹고. t.v를 봅니다. "자기야 나 밥먹을때까지
옆에 있어라"이러면 "그럼 내가 옆에 있지. 나갔냐?... 밥좀 빨리
먹어 미련 곰띵이 같다."이러죠. 누가 할소린데...
연애할때 그렇게 깔끔하고. 멋있고 세련되고. 말쑥하고....
분위기 좋고. 그랬던 이 남자가 어찌 이리 변했을까요? 곰띵이는
가고 옛날 그 모습만 남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