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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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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아버지 제삿날?


BY robertta 2000-05-26

내가 이런 글을 쓸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이 시대 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답답하고 막막한 마음에 몇자 적어본다.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대학마다 축제로 활기찬 5월에 Y대도 축제를 했다. 문제는 너무 놀자판으로 나가는 축제에서 광주 민주화 항쟁이라는 무겁고 심각한 주제가 너무 쏙 빠져 있었다는데 있었다.
그들은 광주 민주화 항쟁을 남의 아버지 제삿날이라고 표현했다고 전해진다.

젊어 놀라는 말도 있고, 요즘 같은 세상에 재밌고 즐거운게 오죽 많으랴. 젊은 혈기에 놀고 즐기기만도 시간이 없을 지경이라는 것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나 우리나 또는 우리 보다 윗 대의 분들이나 모두 같은 역사의 줄기를 타고 살아가는 사람들 아닌가... 세대차이가 나고 어제 나온 신제품이 골동품이 되는 세상에 산다고 해도 잊어선 안될 것들이 있지 않은가 말이다.

참 암담했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이땅이 바람직한 모습으로 바뀌기를 희망해왔다. 학교에서 지쳐 돌아온 아이를 학원으로 내돌리지 않아도 되는 나라, 어린이들과 10대 청소년들이 더 밝고 건강하고 자유롭게 자랄 수 있는 나라, 경쟁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함을 가르쳐 주는 나라, 고액과외 소리에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미안해지지 않아도 되는 나라.... 내 아이들이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나라를 진심으로 바랬고 언젠가는 꼭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그래도 이 나라에서 그나마 똑똑하고 의식있고 영리하다는 대학생들이 광주민주화항쟁을 남의 아버지 제삿날이라고 했단다. 지나간 상처와 잘못을 그렇게 쉽게 잊어버렸단다.
갑자기 우리나라가 내가 바래오던 그런 나라가 될 수 있을까 의문이 생긴다. 우리나라를 앞장서 끌고갈 인텔리 계층의 대학생들이 지나간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면 과연 무슨 희망이 있을까 싶다.

모두다 상주가 될 수는 없다. 모두가 조문객이 될 수도 없다.
그러나 아무 상관없는 길가던 행인이라도 상가집 앞에서는 몸가집을 바로하는 법이다.

나는 386세대다. 80년대에 대학을 다니면서도 6월 항쟁 시위에 앞장서 본 적도 없는 날나리 386세대다. 그러나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박종철 군의 기억은 남아있다.
박종철군의 아버지는 "종철아, 잘 가그래이, 아부지는 할 말이 없데이..." 라는 말로 온 국민을 눈물짓게 했었다.

난 이런 글을 쓸 자격이 없을 지도 모른다.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내 자신이 못내 부끄럽다. 하지만 나처럼 자식을 키우고 있는 많은 아줌마닷컴의 어머니들이 잠시나마 아이들 학업이나 입시 걱정에서 벗어나 우리의 아이들이 다른 이의 아픔을 함께 느낄 줄 아는 아이들로 자라게 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