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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대리 콩트 (2) * * # # # - - 벌레 씹은 얼굴 - - # # #


BY 안진호 2001-05-07

1,
안대리는 아침마다 등줄기에 끈적이는 불쾌감을 달고,
사무실에 씩씩거리며 들어서는 것에 이골이났다.

30 분만 일찍 서두르자 하고 일찍 일어나는 날은
어찌 된일인지 버스가 더 늦게 온다든지,
셔츠에 다림질이 안돼있어
다리미들고 뭉기적 거린다든지 하는 통에,
오히려 더 늦어지기 일 쑤였다.

아침상 차려주는 노모께
다림질 투정까지 할 수도 없는 것이어서,
'빨리 장가가서 마누라내조를 받던지 해야지...'하며,
소화 안돼서 찌부득한 배를 감싸쥐고
뛰다가 걷고 걷다가 뛰면서 출근을 하는 것이었다.

젖은 땀, 출근하고나서 샤워라도 하고싶지만
그게 어디 될 법한 일인가!
식혀서 말리는 수밖에 없었다.

안대리는 잡념에 잠긴다.
'이렇게 출근하는 과정은 노동일까, 운동일까?
아니면 업무의 연장일까?
대기업 같은데선 통근버스같은 것도 운행을 한다던데..'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어왔던 터이니,
속내를 들어 낼 수 도없고, 등등
오너입장에서 볼때, 그야말로 쓰잘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동문인 대머리 남대리가 말을 걸어온다.

'안형, 이따 퇴근하고 돼지갈비에 쐬주나 한잔하지.
대림동에 아주 죽이는데 하나 개발했거든,
그대신 술은 안형이 사.'

'좋지, 그런데 남형한테 하나 궁금한게 있는데,'

'...'

'남형은 세수할 때 어디까지 닦아?'

'...?'

'얼굴과 머리의 경계가 없으니 손이 올라가다보면
뒷목까지 넘어 가잖아? 그러니까 어디쯤에서 손을 멈추지?'

'지금 놀리는 거야 ! '

'아!,그러면 세수가 아니고 머리감는 건가 ?
머리칼이 없으니 감는 것은 아니겠고..
머리 그냥 닦는거네..
그러지말고 모자를 써,
모자쓰고 세수하면 어디서부터 머리인지 알 수 있잖아.낄낄'

"그래도 대머리가 정력이 아주쎄데."

"후후, 남대리는 남의 대가리라 남대린가?
남의 대머리라 남대린가?"



2,

그래도 어쨌거나 식사시간은 즐거운 법이다.
새벽같이 한술 뜨는둥 마는둥하고 나왔으니,
점심시간이 가까워오면 속이 쓰릿쓰릿 신호가 온다.

땡 하자마자, 총총걸음으로 식당을 향한다.
중소업체이지만 사무실이 나뉘어 있어서,
식사시간에 비로소 타부서직원들과 모이게된다.

사장처남, 자재과 이과장은 예의 큰소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날 먹은 술이 어쩌니, 그 술집마담이 저쩌니..

식판에 배식받아 앉아, 입속에 밥이 들어가니 조금 조용해진다.
그 때 일성! 이과장 입에서 고함이 터져나왔다.

"김씨 아저씨 이리좀 와 보소!"

이회사에선 식당을 하청주어 운영을 맡기고 있었는데,
그 하청운영자가 '김씨아저씨'였다.
낌새가 과히 좋지않음을 느낀 그는 얼굴을 찌푸리며
이과장이 앉아있는 식탁으로 갔다.

'이 것좀 보소,이거 벌레아니오?'
나물무침 가운데를 헤짚으며 이과장은 시근벌떡,
너 잘 만났다는 식으로 득의만만한 표정으로 김씨를
노려 보았다.

"이게 무슨 벌레란 말입니까! 나물이지.."하며,
김씨아저씨는 낼름 그것을 집어 입속에 넣었다.
"봐요, 나물 맞구만..냠냠."
칫,하며 돌아서 휘익 가버렸다.

"어-"
이과장 새(?)되는 순간이었다.

숨죽여 킥킥,후후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3,

"어이, 남형, 아까 그 김씨아저씨말야,
진짜 그거 나물이었을까?"

"아 그래, 그게 진짜 벌레였다해도 나물이라고 해야되는 거아냐?"

"그 양반 순발력있네"

"그렇다면 그양반 벌레 여러번 먹었겠는데.."

"그러면 새가 된건 이과장이 아니고,
김씨아저씨네..하하"

"어쩐지, 김씨아저씨 얼굴 늘상 찌푸려있었던 게,
그런일 때문에 벌레씹은 얼굴을 하고 있었던 거로군."

그날 그 나물을 먹은 사람들은 모두 벌레씹은 얼굴을 하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