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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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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탱이가 밤탱이


BY my꽃뜨락 2001-04-28


그 날은... 뭐가 씌였는지 초장부터 영 빗나간 날이었다.
남편 출근시키고, 아이들 학교 보내고, 다음 스케쥴은 어머니 모시고 한의원 가는 것이었는데 웬지 심통이 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제기랄! 며느리가 몇이고 딸이 몇인데, 만만한게 뭐라고 왜 나만 성가시게 하는거야. 효자노릇 할려면 저 혼자 조용히 할 것이지, 죄 나한테만 뒤집어 씌이고..
으이구 웬수!"

청소기를 돌리면서 울화를 삭이려니까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져 그만 과격하게 청소기를 휘둘른 것이 화근이었다. 우지직! 플라스틱 청소기 껍데기가 힘없이 깨져버린 것이었다.
아이구 내 팔자야!

만사가 괴로워진 나는 청소도 때려치고 쇼파에 벌러덩 누워버렸는데, 그때 마침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얘! 수술 기차게 잘하는 성형외과 소개받았는데 같이 가자."
"뭔 수술 하려고?"
"쌍꺼풀"
친구따라 강남도 간다는데, 기분도 그렇고.. 나는 주저하지 않고 친구와 약속을 해버렸다.

그 다음은 어머니, 어머니 우리 어머니에게 약속취소를 해야겠구나.
"어머니! 작은 놈 급식당번인걸 깜빡했어요. 저 학교가야 되니까 오늘은 형님이랑 가시던지, 아니면 동서랑 같이 가세요."

바람도 쐴겸, 성형외과 따라간 것까진 좋았는데 내 귀가 ?昰별?탈이었다. 본 바탕이 괜찮아 아이라인 문신만 하면 심은하 눈처럼 될거라는 친구와 의사의 꾐에 넘어가,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덜커덩 수술을 해버린 것이었다.

살면서 이런 변화도 있어봐야징, 나는 제 멋에 겨워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마누라가 머리를 ?쳄릿?아나! 짤르니 아나! 서방이라고 살가운 데가 있어야지. 아마 아이라인은커녕 눈을 까뒤집어놔도 그 인간은 모를거다.

궁시렁 궁시렁, 남편 욕을 사정없이 하고 있는데 딩동! 벨이 울렸다.
"자기야?"
"그래, 하늘같은 서방님 오셨다. 빨리 문열어라."
또 한잔 걸치셨구만, 술만 보면 입이 귀에 걸리는 화상이라니까니. 갑자기 짜증이 난 김에 인상을 있는대로 쓰고 문을 홱 열어젖혔는데...남편의 눈꼬리가 치켜올라가더니
"아니! 이 xx년이?"

눈에 불이 번쩍! 귓방망이를 얻어맞은 나는 그대로 화장실 문앞으로 고꾸라져 처박혔다. 간신히 눈탱이가 밤탱이 된 것은 모면했지만, 우째! 벌건 손자국이 선명하게 찍혀버렸다.

그날 밤, 나는 뿔난 염소처럼 끈질기게 ?아다니며 들이받았고 술취한 남편은 도망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다음 날.. 새롭게 전렬을 가다듬은 나는 이를 악물었다. 어디 맛좀 봐라. 내가 당하고만 있을 줄 아냐?

나는 손자국도 선명한 뺨때기에 대일밴드를 턱! 부쳤다. 그 날은 남편 선후배 가족들이 일년에 한번, 야외에서 모임을 갖는 날이었다.
그런데 하필 내가 보신탕을 끓이는 중차대한 소임을 맡아 도저히 결석을 할 수 없는 날이었다. (내 보신탕 솜씨는 소문이 났거들랑요.)

아침에 일어나 사태파악이 된 남편은 사색이 되었다. 그 놈의 술이 웬수라며 한번만 봐달라고 싹싹 빌며 애원을 했지만 나는 콧방귀도
안뀌고 느긋하게 모임에 갈 차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요?
남편은 아프다는 핑계로 집에 드러누워버리고 나는 씩씩하게 보신탕통을 들고 나섰다. 밴드 붙인 위로 화운데이션을 처발랐어도 표시가 났는지 사람들이 왜 그러냐고 죄다 물어봤다.

"이거요? 술 취한 남편한테 얻어터졌어요."
그 후로... 졸지에 나는 유명인사가 돼버렸고 남편은 졸이 돼버렸다. 그런데, 지금도 불가사의인 것은 표시나게 눈을 까뒤집은 것도 아니고 약간 파랗게 줄 두 개 그린 것 뿐인데 어떻게 그 무딘 아저씨가 알아차렸을까?
마누라한테 그렇게까지 관심이 많았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