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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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쎅~쉬 했던 하루.


BY 뭉치 2000-08-21


늘어지게 자고 일어난 일요일,
가족들과 넉넉한 아점을 먹고는 컴을 하는 남편 놔두고
혼자서 흰 면 티셔츠에 회색 운동복 바지차림으로 손에는
아무것도 들지 않고 주머니에 손수건 한장 달랑.
홀가분한 마음으로 운동하러 와룡산엘 올랐지요...

버릇처럼 손에 강아지 풀을 하나 꺽어들고 땅에 잃어버린
무엇을 찾는 사람처럼 바닥만 유심히 내려다 보며 산길을
올랐지요..
중간에 내 고유의 쉼터가 있어 커다란 바위덩이에
상큼 올라 무릎을 세우고 앉아 손수건으로 흘린 땀을
닦아내며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람에 내 몸을 맡기고
나뭇가지 사이로 난 하늘을 바라보며 한참을 상념에
잠겼습니다.

그렇게 만족스런 휴식을 충분히 취하고 다시 정상을 향하여 - .
10여 분만에 정상에 도착을 했을때, 빗방울이 한 두방울씩
떨어지네요..
집 나설때도 한 두방울 떨어지기에 괜찮겠지.. 하며
(비가 오면 오늘은 작정하고 온 몸으로 오는 비 다 맞아주리라...)

간만에 찾은 산정에서 신선한 공기를 폐 깊숙이 들이 마시며
내려다 뵈는 동서남북, 그 넓은 대구 시내 전경을 조망하며
첩첩이 보이는 많은 산들을 관망하며 흡족해 하는~~~~데...
후두둑!!!

이번에 내리는 비는 장난이 아니라는 피치 못할 예감에
그냥 버텨볼까?
하는데 남들은 다들 비를 피해 내려가네요...
적막한 산에 나혼자 남아 무엇하리~

나도 따라 산을 내려오는데 정말 이 비는 장난이 아니야요~
그래도 어차피 베린몸~
♪세월아 내월아 가지를 말아라~ ♬♪맘속으로 흥얼거리며 천천히 하산을 했지요...

기분이 괜찮더군요.
작정하고 온 몸으로 비를 맞기는 내 기억에 별로 없어요.
그래선지 새로운 기분도...
까짓거 산성비 맞으면 좀 어때?!

산에선 그래도 온몸에 착 달라붙는 차림이 괜찮았는데
도로로 내려오니 좀..
-남들 눈이 신경쓰여서-

그래도 용감히 오는 비를 다 받아내며 한참을 걸어오다
아파트 단지내로 진입 할 즈음엔 은근히 신경이 쓰이더군요.
푸욱 젖어 온몸에 착 달라붙어 버얼건 살이 다 비치고
속옷이 다 들여다 보여 너무 외설 스러운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조금 들어 중간에 멈춰 남편한테 전화를 했지요.
데리러 오라구...

우리 남편 와서 하는말 -

"??쉬 하고 좋은데 뭘~~~~ "

그래 오늘은 정말 내가 봐도 너무 ??쉬 했다~아.





뭉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