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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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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도둑이에요?


BY 호박(잠만보) 2001-04-20

"그기 어딧더라? (부시럭~ 부시럭~)이상하네?
분명히 한통은 접때 다 묵고,
한통은 남앗지 싶은데,
대체 어딧는지 아무리 찾아도 읍네?"
잘 챙긴다고 챙겨?J지 싶은데, 기억도 안나고 찾아도 읍꼬...
벌써 논네 다 된 모냥이다. ㅠㅠ

작년에 하도 머리가 어지러워서
약국에서 거금주고 산 빈혈약을 아무리 찾아도 읍따.
온 집의 서랍이란 서랍과, 통이란 통과,
있을 만한 곳은 이잡듯이 뒤져도
도통 필름통 만한 빈혈약통은 뵈질 않는 거다.
사놓고는 안묵고 이리저리 굴리다가 이래 된기다.

남편이 사준 약이라카마 또 한 잔소리 들엇을끼다.
'비싼 빈혈약 사?더니, 묵지도 않코 이리저리 굴리네!
묵지도 안할 꺼 머할라꼬 사돌라캣노?'
낄낄낄...
남편한테 사돌라 안카고 내가 사길 백번 잘했지.
'왜 안묵노? 뭇나? 안뭇나?' 잔소리도 안듣고...

얼마 전, 또 머리에서 휘이잉~ 태풍소리가 나길래,
골 미운다고 찰떡도 사묵고, 찹쌀 수제비도 끓여묵고,
구제역 카기나 말기나 돼지고기 구워묵고,
광우병 카기나 말기나 소고기 국 끓여묵고, 구워묵었는데도,
계속 어지름증이 나는 거다.
해서.....어느 구석에 쳐박혀 있는 빈혈약을
두 통 중에 한통을 꺼내서 하루에 한알씩 묵었다.
아! 마른 논에 물대면 이런가?
몸이 대번에 표가 팍~ 나는기라.
어질어질하던 머리가 대번에 딱~ 안 어질어질한 거다.
참, 그 약! 효과 좋으네?
한통을 다 묵었다.

골다공증도 예방하고, 피로회복도 되고, 탈모도 막을라꼬
빈혈약 한번 먹어보까 하면서
거실장을 열어 뒤적거리다가 나무 상자를 꺼냈다.
그 안에 혹 있나 싶어서...
오래된 보물상자처럼 예전에 사용하던 악세사리 상자다.
침떨어져 나간 브로치, 왕진주핀,
길따란 진주목걸이(당근, 짜가...)
악세사리 진주 목걸이,
고장난 팔찌 시계.......가 나왔다.

아가씨 시절에 즐겨하던 것들!
타임머신을 탄듯 기억은 과거를 더듬는데,
옆에서 구경하던 아들, 이것저것 신기해 하며 보더니, 대뜸
"어머니 도둑이예요?"
"야는? 무신 소리하노? 엄마가 도둑이라니?"
"그런데 진주 목걸이가 왜 이래 많아요?"
"-.-;;;;"

그놈.....참......진주는 또 우째 알고...
맞따! 접 때 한알짜리 진주 목걸이하고 있을 때,
아들이 물었었지.
"그기 머에요?"
"이거? 진주!"
"누가 사?어요?"
"응...아빠가...엄마랑 결혼할 때..."
"비싸요?"
"응...비싸!"

지 눈엔 음청난 진주가 상자 가득 들어잇으니,
비싼 진주를 샀을 리는 만무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짜가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글타꼬 제 엄마를 '도둑'으로 몰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