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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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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삐를 아시나요?(후) 속편


BY 후리지아 2001-03-22

그녀는 영안실에서 화장실엘 갔다. 세면대위의 거울에 너무나
야위어 버린 얼굴 하나를 발견했다. 돌아가신 어머니 얼굴도 같고,
아직은 어린 딸의 얼굴도 같아 보였다.
피식 웃음이 났다. 어머나 이런 거였구나. 옛말에 "남자들이 마누라
죽으면 화장실 가서 웃는다" 라는 말의 의미가...
그녀는 실실거리며 한참을 웃었다. 그래 웃음의 의미가 다양하지,
기뻐서 웃기도 하고... 하지만 웃을 수 밖에 없는 이 기막힌 상황을.

옆방에 그녀만큼 젊은 미망인이 왔다. 어린 아들하나와...
그녀의 딸들은 말한다. "엄마! 옆방~~너무 불쌍해요. 가족들이
없나봐요, 엄마랑 아들 둘 뿐이잖아요."
그녀는 딸들을 보며 또 웃는다.
"그래 정말 안됐구나, 너무 쓸쓸하다 그치!"
그녀는 생각한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남을 배려 할 줄 아는 딸들
이라면 혼자서도 얼마든지 잘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시어머님이 말씀하신다. "소복을 입지 않으면 천당가는 길이
어둡다는데..." "어머니 저만 입을께요, 아이들을 소복 입혀 놓으면
제가 사는동안 너무 힘들 것 같애요, 아이들은 그냥 검은상복으로
입히게 해 주세요." "아니다 너 하고 싶은대로 하거라, 에미가
생각이 짧아서 그런다." 그녀는 아들을 가슴에 묻어야 할 시어머님을
생각해 흰 치마저고리를 챙겨입는다. 딸들을 바라보며 참 예쁘다는
생각을 한다.

부검을 마치고, 진술서를 쓰고, 사망진단서를 발급받고, 장례식
날짜를 잡았다. (이제 남편을 보내야 겠구나, 그동안 세상에서
고단하고, 지쳤을 영혼을 편히 쉬도록 해야 겠구나. 나나 아이들이
울면 그사람 떠나기가 너무 힘들겠지")

형제들은 화장을 하자고 의견을 모은다. 그녀와 아이들은 매장을
해 달라하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싸움이 있단 말인가...
내 남편인데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는 것이 공평치 못하단 생각을
한다. 그녀와 딸들은 그 문제로 많이 운다. 딸들은 큰아버지를
붙잡고 사정을 한다. "큰아빠 우리아빠 산소 만들어 주세요, 저희들
아빠 보고싶으면 가서 만날 수 있게요, 저희들이 잘 할테니까 제발
우리아빠 산소 만들어 주세요." 딸들이 무릎을 꿇고 사정을 하자
매장으로 결정을 한다.
6월6일이다. 공휴일이고, 국가적인 행사를 한다.
좋겠다. 대한민국 땅 전체가 애도하는 날이니...

목사님께선 발인예배에 성가대까지 세워주신다. 이렇게 황송할 수가.
남편으로 인하여 목사님께서 마음이 많이 아프시구나...
그래! 15년이나 지켜 보셨으니 그럴만도 하시겠다.

영구차가 중부고속도로를 지나 남편의 고향인 안성으로 간다.
그곳 공원묘원으로...
하관예배를 드리고, 이제 세상의 햇빛을 마지막으로 보며 남편은
태어나기 전의 흙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녀는 남편에게 마지막 인사로 흙을 한삽떠서 뿌려준다. 딸들도...
순간 가슴이 조여드는 아픔을 느낀 그녀는 그동안 참았던 울음을
한꺼번에 쏟아낸다. 남편이 조용하게 누워있는 구덩이로 들어가려고,
그녀의 딸들은 따라울며 행여 엄마가 아빠와 함께 구덩이 속으로
영원히 들어깔까 겁이나 치마꼬리를 붙잡고 끌어내고 있다.
아! 살아있는 것과 죽는것의 차이가 이것이구나...
그녀는 딸들을 부등켜 안고 이후엔 다시 울지 않을 만큼 통곡을 한다
하늘까지 들리게 크고, 애절한 울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6월의 하늘은 맑기만 했다, 전날 내린 비로 맑고 푸른 하늘이
웃고 있었다. 땅속에 남편을 묻고 그녀는 걸음을 떼지 못한다.
할 수만 있다면 그곳에 있고 싶었다. 그냥 아무생각 하지 않은체로.

오랫만에 그녀는 남편과 함께 살던 집으로 돌아왔다.
귀향예배를 드리고, 교회식구들은 돌아갔고, 마지막 잔무까지
꼼꼼하게 처리를 하신 큰 아주버님께서 두툼한 봉투를 건내
주시고 돌아가셨다.

이제 막내오빠 내외와 친구와 그녀와 딸 둘만 남았다.
그녀는 쉬고 싶은생각도 자고싶은 생각도 먹고싶은 생각도...
모든 기능이 정지해 버린 로봇처럼 앉아있다.
친구가 나가 맥주를 몇병들고 온다. 한잔의 맥주로 세상시름을
잊을 수만 있다면...
친구는 웃으며 이야기한다. "오빠 나 있잖아요! 얼마나 근사한
생각을 하며 장례식에 왔는지 알아요! 양산도 준비해 왔어요,
영화에서 보면 장례식에 검은상복입고, 양산도쓰고 그러잖아요."
우린 함께 웃었다, 웃을 수 있으니 참 좋구나...

하루,이틀,사흘...
날은 가고 있었다. 아무런 할 일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방학을 기다린다. 아이들이랑 여행을 다녀오고 싶어서...

그녀는 남편과 함께쓰던 침대정리를 하다 남편의 머리카락 한가닥을
발견한다. 손가락으로 집어 한참을 들여다본다. "어떻하니, 주인이
없으니, 너도 나처럼 버려졌구나" 그녀는 정신없이 무엇인가를
?는다. 베게에 얼굴을 묻어본다. 향기롭던 남편의 체취가 없다.
이럴수가!
어떻게 아무곳에서도 그사람 체취를 맡을수가 없을까.
엉엉소리내여 울면서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어떻하니 그사람 체취가
아무곳에도 없어 죽을것만 같애 너무 보고싶어서..."

그녀는 아직은 모르로 있었다.
남편이 그녀를 얼마나 멋지게 배신을 하고 갔는지를...
땡삐보다 더 무서운 배신을...
행복이 사라진뒤, 숨겨진 불행이 싹을 틔우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