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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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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멕힌 타이밍


BY chanbi 2001-03-21

오늘 별거 아닌 저 사는 얘기로 방송을 탔습니다....
전화 인터뷰도 한다기에 물 한잔 가득놓고....목소리를 다듬고 있다가 아무래도 아이들이 조용히 있어줄 것 같지 않아 큰 아덜넘에게 12oo 원을 들려서 애기와 함께 셋이 내 보내기로 했습니다..
그럼 아무래도 좋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아서지요

정말 봄인지 날씨도 따뜻하더라고요,,
나간다는 말에 울 애기 너무너무 좋아해요......꼼꼼한 우리 이쁜 딸, 애기 세수 시키고 발도 닦이고 .머리에 물까지 발라서 이쁘게 빗어주고 옷도 입혀주고 주머니에 머리빗까지 챙기고 -애기 머리 흐트러질까봐 준비하는 것임..흐흐 - .준비가 분주합니다..(항상 느끼지만서두 엄마보다 훨씬 낳다고 생각합니다.)
그 와중에 울 큰아덜......흠......1200원 같구,,,디지몽 빵을 사고 나머지 700원으로 뭘 할까..고민입니다.....조민혁!! 너 디지몽 빵 사지마~~.......애기 먹고 싶다는 거 사줘야돼.....알았지!?

"애기도 디지몽빵 좋아하는데요.......
.너! 스티커 때문에 사려구 하는 거 다 알아.......빵 사지 말고 다른 거 사서 애기줘........밖에서 울지 않게.....알았지!..........."
'네에'..하고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대답을 합니다......그런데요.....왜 이런 모습만 봐도 심기가 편치 않을까요? 정말 오묘한 관계입니다....

암튼, 셋이 봄볕 병아리처럼 외출을 했습니다....분명 집앞 문방구 세곳을 다 거쳐올 테지요. 창 밖으로 보이는 세아이의 모습이 정겹습니다...양손에 형과 누나의 손을 꼭 잡고 가는 애기의 모습이 가슴을 벅차게 합니다. 아마도 한시간은 족히 걸릴 것이라 예상을 하고 라디오를 틀고 분주하게 저도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40분 정도 있음 시작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학교에 가봐야합니다. 오늘 학부모총회가 있다는 군요...저는 투표는 열심히 하는 편이라 가서 투표하고 와야합니다. 그래서 막간을 이용하여 잠시 집안 정리를 했습니다. 후라이팬 전골냄비도 애기 상자에 얌전히 놓고 -주방 씽크대에 놓는 것은 애지녁에 포기 했습니다- 주걱 국자는 얼른 설거지통에 넣고 인형들도 상자에 담고 대강 발에 채이지 않고 다닐 수 있게 말이지요....

그리고 나니 방송 10분전이 되더라고요.......이젠 전화를 기다려야지.....하고 의자에 앉았습니다,,잠시 후 전화가 방송국에서 왔습니다...송창식 노래 끝나면 시작될테니까 전화 끊지말고 준비하라고.......해서 송창식의 노래가 막 끝날즈음......에구머니나..............밖이 소란해지는 겁니다.....세상에 지금 막 시작하려하는데........세아이가 들이닥친 것입니다.....제 계산으로는 15분 후 쯤이면 들어올 것이라는 예상이었는데..
1200원을 쓰려면,그리고 문방구 세 개를 거치고 100원을 넣고 하는 뽑기를 두 세 번 하고 백원 이백원하는 불량식품을 몇 개 사먹으면 그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 예상했는데 말이지요..

저는 다급해졌습니다. 들어오느라 웅성웅성, 우리 딸은 애기데리고 외출하던 중에 오빠가 얼마나 부당한 행동을 했는지(가령 뽑기를 오빠가 좋아하는 것으로 애기를 시켰다고, 애기는 반지 목걸이 뽑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고......그말에 절대 가만 있을 수 없는 큰 아덜넘......조민영! 그건 니가 좋아하는 거지 애기가 좋아하는 거냐고 따지고, 울 딸은 애기는 누나를 좋아하니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애기도 좋아한다고 조리(?)있게 대답합니다) 보고를 하느라 바쁘고 제 오빠는 그말에 퉁박을 주느라 바쁘고 애기는 애기대로 할 말이 많습니다......

에그.....정말 머리에 쥐가 오르고 있습니다.......

이렇게 기멕히게 타이밍을 맞출 수가 있습니까? 정말로 뭣 좀 하는 꼬라지(죄송합니다)를 못 봅니다. 전화를 들고 있는지라....소리도 못지르고 작은 목소리 손짓 발짓이 바빠졌습니다.그리고 무선전화기를 들고 이리저리 피해 돌아다녔습니다, 애기는 졸랑 졸랑 따라다니며 엄마 뽀끄,뽀끄 하면서 흥분해서 소리칩니다.....

곧 전화 인터뷰가 시작되어 그냥 평소 수다떠는 실력으로 간단히(?)해치우고. -..사실은 정신이 없어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 외출중에 있었던. 얘기를 하나하나 들어주었습니다.
먼저 큰 아덜넘 왈. 제가 애기 잘봐 잘 데리고 왔다고 합니다 .(뭐...저도 그럴거라고 생각합니다.......흠)
둘째 딸, 왈, 오빠는 자기 먹고 싶은 것으로만 사고, 뽑기도 오빠 좋아하는 것으로 만 했다고 엄마가 주신 돈이 1200원 이니까 400원은 내맘대로 할 수 있는 건데(정말 똑똑합니다) 오빠가 그렇게 못하게 했다,
그리고 밖에 공사하느라 포크레인이 있었다 . 그래서 애기가 무섭다고 해서 내가 계속 업고 다녔다 그래서 등이 너무너무 아프다....
흠 , 그래서 애기가 뽀끄뽀끄하고 소리를 지르고 다녔구나...........

알았어, 알았어, 엄마 학교 좀 같다오구......
이러면서 바쁘게 핸드백을 들고 현관을 나섰습니다.

..............................그냥 아이들 얘기를 시시콜콜하게 끄적이는 세아이 엄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