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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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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 척~하는 엄마


BY (잠만보)1song2 2001-03-20



원고지에 동시를 써오라는 아들의 숙제가 있었다.

어제 저녁먹고 나서 비됴 테잎 갖다주고 온다면서 부자가 같이 나갔다 왔는데,

뒤늦게 알림장을 확인하니 아들이 원고지가 어쩌니 저쩌니 한다.

속터져!

진작 얘기했으면, 나갔다 오면서 문방구 들러 원고지를 사오라고 시켰을텐데...

누굴 닮아서 맨날 뒷북이여? (누구긴 뉘기여? --;;)

아들은 숙제를 않고 잠을 잤다. (아니 -못하고- 라고 해야겠지?)

우리가 안자고 있으면 당연히 잘 생각도 않고 빈둥거리길래 억지로 재우러 보냈다.

것도 밤 10시 반이 훌쩍 지나서.....

아침에 일어난 아들!

숙제를 안해가면 교실 청소를 해야 한단다.

1학년때 담임은 40대 초반의 아줌마여서 애들을 잘 다독거려 줘서 좋았는데,

2학년 담임은 애들이 떠들면 반장이 이름을 적는다는지,

숙제를 안해가면 청소를 해야 한다는 둥,

처녀인데다 깐깐한 것 같아서 신경이 이만저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컴퓨터에 원고지가 있을 꺼라고 남편에게 힌트를 주었더니, 부자가 컴에 달려들었다.

한참이 지났는데도 신통한 소식이 없길래,

아침 챙기랴 화장하랴 바쁜 엄마가 또 확인 작업나섰다.

([야후]에서) '[원고지]라고 검색했더니,

[원고지 쓰는 방법]만 진탕 나온다' 면서

엄청난 분량의 원고지 관련 제목을 정신없이 찾고 있는 남편!

"으이그~ 내 그럴 줄 알았다. 검색을 제대로 해야지!

내 손이 안닿으면 되는 일이 없어요!"

"엄마는 또 잘난 척~ ."

'머시라? 아니? 이 녀석이? 지금은 바쁘고 아침이라 참는다.'

[네이버] 검색엔진에 드가서 대번에 원고지 양식있는 곳을 찾아냈다.

아래아 한글 메뉴에 있는 원고지 양식을......

'닌들 별 수 있겠느냐?'하는 눈초리로 옆에서 지켜보는 남편!

한방에 필요한 껀수를 찾아내자,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항복하는 눈치다.

아쟈!!!

이 엄마는 왜 이리 컴을 잘하지? ㅎㅎㅎ

이만하면 잘난 척 할만 하지 않나? 흠흠...

그렇잖아도 높은 콧대가 더 오똑해지고, 어깨에 힘을 잔뜩 주곤

아들에게 점잖게 나무랬다.

"엄마더러 잘난 척 한다가 뭐냐?

그리고 니들끼리 있을 때 그런 말 하는 거야.

엄마는 당연히 니보다 나이도 많고 공부도 많이 했으니까

잘난 척 하는 것이 아니고, 잘난거야! 알겠냐?

또 엄마한테 그런 말 쓰면 혼내줄꺼야! 짱구 만화보더니 이상한 말만 배워가지고......."

"(코가 쭈욱 빠져서는)...............네에................"

"너, 혹시 아는 말이 '잘난 척 한다'는 것 밖에 없는 거 아냐?"

"(계면쩍은 듯 웃으며)........아니예요~"

이렇게 해서 잘난 척?잘하는 엄마는 또 한건을 올렸다.


며칠 전, 가족 소개하는 숙제가 있었는데,

처음부터 못들어서 잘 몰랐었다.

아들이 '취미는 컴퓨터이고.......잘난 척을 많이 한다.......어쩌고' 하는 것이다.

누구 이야기를 하는가? 싶었는데, 세상에.......

자기 엄마 이야기, 즉 내 이야기였다.

기가 막혀!

내가 아들 눈에 그렇게 잘난 척 했나? 쩝쩝...

아들이 날 그렇게 평가할 줄이야!


사실 잘나지 않았나? 생긴 것 말고 말이다.

겸손한 척 하지만, 사실 자존심빼믄 시체다. 캬캬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