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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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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삐를 아시나요?


BY 후리지아 2001-03-17

1988년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을 개최했었다.
그때가 가을이다. 추석이 올림픽 기간중에 끼여 있었고...
그여자는 6남1녀중 고명딸이자 막내딸이였다.
유기가 유명한 안성이 시댁이고, 쌀,땅콩이 유명한 여주가 친정이다. 명절이 되면 시댁에서 차례를 지내고 친정으로 향한다.
그 여자의 오빠들은 그여자가 올때까지 서울로 올라가지 않고
참을성 있게 기다린다...

올림픽중계로 그여자의 오빠들은 TV에 정신을 팔고 있었다.
그곳에 정착하여 사는 오빠는 넷째 오빠였다.
"우리 밤따러 갈래?"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여자와 그녀의 남편, 그리고 집안의 장손이라는 그녀의 큰조카,
넷째오빠와 넷째오빠의 아들, 다섯만 나섰다. 그여자의 어머니는
땡비를 조심해야 한다시면 장화며 긴소매 옷이며 그녀에게 챙겨
입히고 신켜 보냈다...

논둑길을 걸어야만 뒷산으로 오른다.
벼들이 황금빛이였고, 메뚜기가 놀고 있었다. 산비탈 밭에는 참깨
들이 추수를 기다리는라 방긋이 웃고...
드디어 밤나무가 무성한 산으로 오른다. 산밤이라 알이 굵지는
않지만 가마솥에 삶아내면... 그 고소하고, 달콤함이란...

가시가 무성한 밤송이들이 입을 벌리고 기다리고 있었다.
자루에 가득한 진고동색 밤알 들을 생각하며 그 여자는 입가에
흐르는 웃음을 감출 수가없었다...

그순간!
귀를 따갑에 하늘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게 왠일인가. 머리위를 보니 구름도 아닌 것이 새까맣게 몰려있다.
"야야! 이쪽으로 오지마!" 넷째오빠가 자신의 아들을 안고 호령을
한다. 어디로 가야하나... 남편을 바라보니 보이질 않는다.
그 험한 산길을 달려 내려오는데 땡삐떼들은 지치지도 않고
더 커다란 무리가 되여 그여자를 따라오고 있었다.

참깨밭엘 왔다. "고모! 엎드리세요, 그래야 벌들이 가요!?"
장손인 조카가 소리를 지르며 동네쪽을 달을질을 친다.
그녀는 조카가 시키는대로 깨밭에 엎드려 얼마나 있었을까...

머리를 들어보니 가을의 파란하늘이 무심하게 웃고 있었다.
땡삐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녀는 비틀거리며 어머니가 계시는 친정집을 향하여 걸었다.
아마도 그렇게 길고 지루했던 시간이 다시는 없으리라...
집에 들어선 그녀를 본 오빠들과 올캐언니들은 배를 잡고 깔깔거리며
웃고, 그녀의 딸들은 눈물이 그렁그렁해져 있다.
어머니는 속상한 얼굴로 옷을 벗기고, 장화를 벗기고...
세상에 장화속에서, 머리속에서, 옷속에서 뻣뻣한 벌들의 시신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큰오라버니께서 걱정스럽게 "병원가야겠다."
하신다. 그녀는 울기운도 웃을 기력도 없어 대청마루에 쓰러진다.
남편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다가온다. 기력이 없음에도 그녀는 소리를
지른다. "마누라가 위험한데, 혼자 도망을 쳐요? 비겁하게."
"이사람아 같이 있으면 함께 벌총을 맞는데 하나라도 성해야지!"
아이구 말이나 못하면...
그녀의 어머니는 사위와 아들에게 원망스런 눈빛을 보내시며 장독대로
가신다. 된장을 한바가지 퍼와 머리며 다리며 등에 바르기 시작한다.

그녀는 몸이 풍선같아 진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파란 가을하늘이 아득아게 멀어지며 허공으로 허공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처럼 폭풍에 날려가는
느낌이다...

눈을뜨니 물먹은 솜처럼 몸이 무겁고 말을 듣지 않는다...
병원이구나. 어머니의 웃음을 발견한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어머니처럼 웃는다.
땡삐에게 너무 많이 쏘여 혼수상태였단다.
응급실로 실려왔고, 입원을 하는동안 그녀는 하늘로 하늘로 날아
가고 있있던 것이였다...

3일만에 퇴원을 하고, 서울로 올라오는 자동차 안에서 그녀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세상엔 믿을 사람이 어머니 뿐이라는 생각만 하면서...

그런데...
땡삐가 무서워 도망치던 남편은 땡삐보다 더 무서운 것을 만났나,
아니면 마누라 보다 더 좋은 무엇이 기다렸나, 하늘로 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