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2/21 18:21
며칠 전 아들이 경기 안양시 동안초등학교를 졸업했다. 다른 학급은 운동장에서 졸업식을 마치고 흩어졌는데 아들이 속한 6학년 4반 학급만 교실로 다시 모였다. 담임선생님이 한 사람씩 졸업생들을 불러 덕담을 한 마디씩 건네면서 졸업장을 나눠주었다. 끝내 눈물을 흘리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모두가 숙연해졌다. 선생님은 1년 동안 학생들 때문에 너무 즐거웠고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돗자리를 펴더니 감사하다며 제자들에게 큰 절을 했다. 그 모습에 졸업생과 학부모들이 모두 놀랐고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요즘 교실이 붕괴되고 있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어려운 가운데서도 학생들을 진정으로 아끼고 최선을 다해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곳곳에 있다.
김윤자(경기 안양시 동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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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보충수업이 있던 한 여름날에 발생한 사건이다.
보충 수업 2교시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무렵, 교실 뒷문이 배시시 열리며, 반아이 하나가 고개를 내밀었다.
그 아이는 무용부였는데, 열굴도 이쁘고 체구도 아주 작아 항시 맨 앞자리에 앉았으며, 성격도 애교스럽기 그지없어 모든 과목의 선생님들의 귀염을 한 몸에 받는 아이였다.
그 아이가 고개를 내밀며, 나이 지긋하신 남자 영어 선생님에게 귀여운 미소를 지어 보이자, 선생님은 울컥했던 화도 잠시 가라앉히고 그 아이에게 노래 한 가락으로 면죄부를 부여했다.
평소 같으며 소양간 처녀 한 소절을 구성지게 뽑아올려 선생님의 마음을 녹여드렸을 터인데.. 그 날따라 그 아이는 왠지 마음이 내키지 않는지 노래하기를 거부했다.
허자.. 선생님은 짜증난 목소리로 노래를 안 부르겠다면 자신의 무릎위에 한 번 와서 앉아볼것을 요청했다. 그러면 지각의 벌을 면해줄 것이라 회유했다.
허나.. 친구는 그것도 내키지 않는 모양이었다.
친구가 고개를 젓자.. 화가 머리끝까지 난 선생님은 거구를 일으키시더니.. 그 친구의 멱살을 잡고 그 친구를 번쩍 들어올려 그대로 책상위에 세우셨다.
그러자.. 친구는 겁에 질려 울기 시작했다.
친구가 울기 시작하자.. 선생님의 화는 걷잡을 수없이 더해졌다.
반친구인 우리조차 몰랐던 친구의 부모님이 식육점을 하신다는 사실을 들춰내며 옛날 같으며 백정의 딸이었다는 말씀도 하셨고...
영어선생인 자신의 말 한마디면 친구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할수도 있다는 말씀도 하셨던 것 같다.
그리고 연이어.. 만약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하며 중졸이 되는데.. 그렇다면 요즘같은 고학력 시대에 갈 곳이라곤 한 군데 뿐이지 않겠느냐는 엄포도 놓으셨다.
그러시더니...
책상위에 선 채, 두려움에 떨고 있는 친구의 가슴을 그대로 밀어 친구는 바닥으로 나뒹굴어 벽에 부딪혔다.
하지만...
그 작은 체구의 친구는 정신도 잃지않고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그 선생님 앞으로 걸어가 섰다.
선생님은 그 아이를 사정없이 구타하고 그래도 성이 안차는지 담임을 불러오라고 했다.
반장이 담임을 부르러 갔다.
그러나... 담임은 오지 않았다. 시간이 제법 흐른뒤 반장만이 축 처진 어깨로 돌아왔을 뿐이었다. 담임이 교무실에 없다고 하였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날 그 시각 담임은 교무실에 있었고, 반장은 담임을 만났던 것이 아닐까? 하지만 동료교사, 그것도 연배가 위인 선배교사와 껄끄러운 일이 생길것을 두려워한 담임이 의도적으로 자신의 반 아이가 당하는 엄청난 수모를 묵과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우스운 추리이지만...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왠지 가슴이 휑하니 저려왔고...
내 귀여운 딸 아이를 이 땅에서 교육시키는 것이 너무나 무서운 일인듯 여겨진다.
"사랑의 매"라는 미명하에 마구잡이식의 체벌을 함부로 자행하는 무지한 교사들의 이야기가 실릴때면 나는 입에 거품을 문다.
그리고.. 교단에 청춘을 바치신 엄마와 나의 시어머니로부터..
"니도 선생 한번 해봐라..말 안듣는 것들이 꼭 있다..그런것들은 그저..."
하는 핀잔을 듣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