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5월 20일.
드디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된 남편이 개업식이라는 하겠다고 하여 오늘을 D-DAY로 잡았다. 넉넉하지 못한 자금사정으로 최대한 작은 사무실을 얻으러 다니다 이 빌딩의 옥상에 간이로 벽만 둘러쳐 만들어 놓은 8평 남짓 되는 이 사무실을 얻게 되었다. 화장실도 아래층의 것을 같이 사용하여야 하고 높이도 다른 사무실에 비교하여 훨씬 낮게 지어졌다. 직원이 많지 않은 우리로써는 딱 알맞은 크기의 사무실이기는 했다.
사무실에서 옥상으로 나가는 문이 있어서 다행히 개업식은 초저녁 시간을 이용해 옥상에서 하게 되었다. 주위의 직장동료, 학교 친구들에게 그럴듯하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고 싶었던지 남편은 사무실의 규모에 어울리지 않게 화려한 개업식을 준비하였다. 갖가지 음식의 출장뷔페가 멋들어지게 차려지고 정열적인 장미까지 구비를 해 놓았으니 만반의 준비를 다 갖춘 셈이다.
속속 엄청난 크기의 화환이 배달되어지고, 사무실에서 같이 근무하던 직장 동료들, 거래처 사장님들, 학교 친구들까지 모두 와서 축하를 해주며 사업이 날로 번창할 것을 기원해준다. 부디 잘 되어야 할 터인데~~~ 손님들 접대를 하면서도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다. 모든 부인들이 다 이러하겠지~ 남편이 새로 사업을 시작하면 과연 잘 될까 불안하고 걱정스럽기만 하겠지~
남편과 같은 직장에서 일을 하다 남편 따라 직장을 그만 두고 우리 사업에 같이 합류한 김희도씨도 손님들에게 음식과 음료수 대접을 하느라 얼굴이 벌개져서는 사무실과 옥상을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아마 맥주도 한 잔 걸친 탓이리라… 조카 순임이와 김희도씨, 이렇게 생계를 책임져야 할 식구까지 있다고 생각하니 연실 축하의 인사를 해 주는 손님들의 인사가 마냥 반갑지 만은 않다.
드디어 사업전선으로의 출발!!!
이제는 정말로 엎지러진 물, 열심히 또 열심히 뛰는 방법 밖에는 없으리라… 자신이 있으니까 부하 직원까지 회사를 그만 두게 하고 같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겠지… 그래 남편을 믿자… 본인인들 사업의 미래성, 타당성도 따져 보지 않고 무작정 뛰어들지는 않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