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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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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릴적에(6)-미국다리 밑에서 주워온 아이


BY 허브 2000-12-26

나 어릴적에(6)-미국다리밑에서 주워온 아이

지금 난 가끔 이국적이다거나
섹시하단 소리도(?) 가끔 듣지만,
어렸을땐 가무잡잡한 내 피부가
컴플렉스였다.
우리 식구들중에 나만 유난히
더 피부가 검었던것 같고,
지금도 내가 형제들중에 제일 검은편이다.
친구들이나 장난이 심한 후배들까지
깜시라고 놀려대는것이
너무나 싫어서 학교에 가기 싫을 때도
종종 있었다.

어렸을 땐 어른들이 가끔
"넌 다리밑에서 주워온 애야" 하면서 놀리면
아이는 그것을 사실로 믿고 울어버리거나
고민을 하는데,
어른들은 짓굿게도 그런 아이들 모습을 보면서
즐기곤 한다.
나도 어렸을 땐 그런 소릴 들었는데
엉뚱하게도 난 미국다리밑에서 주워왔다는 것이다.
내가 이목구비가 또렷이 큰 편이라
동네 아주머니들이 날 골려줄 생각으로
"쟨 미국다리밑에서 주워왔다며..." 하면서
날더러 들으라는 듯이 크게 말을 하곤 했다.
난 그렇지 않아도 컴플렉스가 심했던터라
그 말을 가끔은 심각하게 생각하기도 했었다.
"정말 내가 미국에서 주워 온 애인가?
그럼 어떡하지? 미국은 아주 먼 나라인데..."
아주머니들은 한술 더 떠서
"어떡하니?~ 미국까지 가려면 엄청 멀텐데..."
하면서 내 눈에서 눈물을 보시려고 하신다.
그렇지만 어린 나로서도 자존심은 있어서
놀려대는 아주머니들 앞에선 절대로 울지 않았다.
씩씩거리면서도 아무도 없는
뒤꼍에 가서 쪼그리고 앉아서 울던가,
혼자 고민하며 부모님과 나의 닮은점을
하나라도 더 찾으려고 손가락을 꼽곤 했었다.

어느날은
개울가에 빨래를 하러 가서
빨래를 다 마친뒤,
작은 돌멩이로 팔을 밀다가 피가 나기도 했었다.
어린 마음에 한꺼풀 벗겨내면 좀 희어질까 하는
어리석은 기대감에 피를 본것이다.
중학교땐 우유를 열심히 먹으려고 노력도 했었다.
흰우유를 많이 먹으면 좀 희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
그런 컴플렉스는 중학교때까지도 계속 되었고,
고등학교에 가선 좀 나아졌다.
내가 나의 매력을 발견한것은 아니지만
가무잡잡한 날 매력있게 봐주는 친구들 덕분에
난 조금씩 자신감이 생겨서
스스로 이것도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생각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지낼 수 있었다.

결혼전에 한번은
택시를 합승한 적이 있는데,
나중에 합승한 그 사람이
한참을 가다가 내 입에서 한국말이 나오는것을
신기하게 쳐다보며 자기는 내가 외국인인줄 알고
말 한마디도 붙이지 못했다고 해서
택시기사랑 모두 웃었던 기억이 있다.

아직도 가끔은
혹시 인도사람이냐고 물어오기도 하고,
아랍계가 아니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난 토종 한국인이고,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계시지만,
우리 할아버지를 많이 닮았다.

여름이면 검은 피부는 더 빨리 타는가보다.
휴가를 다녀오기도 전에
"어머~ 휴가 다녀오셨어요?
어디 좋은데 다녀오셨나봐요... 새까맣게 탔네..."
주위에서 이런 인사를 미리 듣기도 해서 날 한번 더
웃게 만들기도 한다.

아직도 가끔은 흰 피부의 사람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흰 피부의 사람들은 어떤 색의 옷도 잘 받는 장점이 있다.
대체적으로 말이다.
그런데 나같은 경우는 옷을 고르는데도
좀 신경이 많이 쓰인다.
그렇지만 이젠 살아가는데 있어서
그다지 문제되지 않는 아주 작은 컴플렉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