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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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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사랑이 진저리 난다고 느껴질 때......<화양연화>를 보다.


BY sucre 2000-12-20

사랑이라는 게.... 가끔은 진저리날 때가 있습니다.

드라마마다 모조리 사랑이야기로 가득할 때..
어른의 얼굴을 한 애들이 화면가득하게 철모르는 사랑을 노래할 때..
즐거운 사랑, 슬픈 사랑, 떠나간 사랑, 배신한 사랑,
중독된 사랑, 괴로운 사랑, 해서는 안 될 사랑, 사랑, 사랑들...

세상이 온통 사랑으로 포화상태에 도달한 것 같은... 그런 때가 있습니다.

어느 날 설거지 하고, 빨래하고, 다림질하다가
갑자기 사랑이 너무 권태롭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무역회사 비서로 일하는 리첸(장만옥)과
신문사에 근무하는 차우(양조위)는 어느 날 같은 아파트로, 같은 날 동시에 이사를 오게 됩니다.

그리고 이제부터 둘의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비밀로 간직된 사랑이야기..
이젠 퇴색해버린 고대 유적지의 구멍안에 조용히 봉해버린 내 안의
사랑... 리첸..
슬리퍼 한짝에도 묻어 있는 내 안의 비밀...차우...

느리고... 엇갈리고.... 침묵하고....머뭇거리고.... 주저하는 사랑.

화면 가득한 담배 연기처럼... 날아가서 흩어져 버릴 듯한 사랑..
냇킹 콜의 키사스, 키사스, 키사스처럼 아마도, 아마도, 아마도,
잡을 수는 없을 것 같은 사랑..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부서질 듯한 장만옥의 옷처럼...
만지면 다 부서져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사랑...

돌아서는 그 어깨 위에 실린 쓸쓸함도 아끼고 싶은 사랑..
전화하지 말라고 말해놓고서, 전화기만 바라보는 그런 사랑..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화양연화는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오늘처럼 하늘이 흐리고, 공기가 무겁게 나를 누르는 날..
담배연기처럼 아련하고 취할 듯한 이들의 사랑 속으로
한 번 들어가 보십시오.


너무 가볍고, 또 너무 무겁고, 진저리나도록 흔하디 흔한 사랑이
왜 다시 또 이렇게....
제 마음을 흔들어 놓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