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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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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주부의 알.콩.달.콩 - 24. 싸움박질


BY 꼬마주부 2000-12-12

안냐세요..또 꼬마주부예요.
여러분이 제 글에 감상을 달아주셔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전요, 워낙 벤뎅이 소갈딱지라서요, 제가 쓴 글에 아무 감상글도 없으면 아무도 관심을 안
갖아주는 줄 알고 속상해져요. 그럼 전 다시 속상해 방으로 가게 될거예요T.T
그런데 이 번엔 여러 분들이 칭찬해 주시니까 금방 기세등등 해져서는 또 쓸려구 이렇게 폼
을 잡아요.
어쨌든, 아래 "서씨 아줌마"님 "장미"님 "저도 아줌마"님 감사해요.
특히 장미님! "과일" 이야기까지 기억하고 계시다니...정말 감사해요!!! (누가 보면 무슨 대종
상 소감 말하는 줄 알겠당^^)

24. 싸움박질

우리 무뚝뚝이 신랑 함씨는요, 정말 정말 멋대가리가 없어요.
어느 정도 멋대가리가 없냐면요, 결혼 전에 한참 서로 좋아져서 별 별 날에 다 의미를 두고
싶을 때요, 처음 맞이하는 크리스마스 였는데요 저는 막 신나서
"우리 크리스마스날 뭐할까? 응? 응?" 그랬더니 신랑은 정말 무심한 표정으로
"크리스마스? 너 교회다니냐? 교회도 안 다니면서 니가 왜 크리스마스를 챙기냐?" 그러더라
구요. 또, 한 해가 다 가고 마지막 남은 날엔 제가 또 혼자 흥분해서
"와~~벌써 한 해가 다 갔어. 얼른 우리는 새해를 함께 맞이해야해. 우리 같이 제야의 종소리
를 들으며 하얗게 밤을 새자. 응? 응?" 그러면 역시나 신랑은 하늘을 보면서
"잠이나 자." 그랬답니다.

그 뿐이 아녜요.
어찌나 보수적인지 초등생들 바른 생활 교과서가 와서 "형님~" 할 지경이구요. 게다가 내
가 말하는 것은 왜 그렇게 다 반대로만 말하는지... 1분 이상 대화를 하면 곧바로 싸움으로
들어가게 된답니다.

우리가 어떻게 싸우냐면요,
나 -"부자인 사람들은 좋겠다. 커튼도 좋은 거 사구."
신랑 - "부자라고 뭐가 다 좋냐."
나 - "다 좋진 않겠지만 커튼은 좋은 거 살 수 있잖아."
신랑 - "(무심하게) 커튼 좋은 거 사면 다 좋은거냐?"
나 - "(답답하다는듯) 아~니, 그게 아니라 다른 건 말고 나처럼 비싸서 못 사는 일은 없을
거 아냐."
신랑 - "그 사람들도 아주 비싸면 못 사겠지."
나 - "그게 아니라~~아구, 답답해! 바보야!"
신랑 - "니가 더 답답해! 그리구 신랑한테 바보야, 가 뭐야!"
나 - "(심통난 목소리로) 뭐가 어떻다구!"
신랑 - "내가 니 친구냐? 말버릇이 그게 뭐야!"
나 - "(이성적으로 통제가 안되고 있음) 말버릇이 뭐가 어떻다구! 친구처럼 말하면 뭐가
어때서!"
신랑 -"(언성을 높이며) 자꾸 까불래?"
나 - "(화나서) 뭐? 까불래? 내가 자기 동생이냐? 부인한테 까불래가 뭐야!"

이쯤되면 신랑은 저를 덥석 집어들고 꺼꾸로 들려구 해요. 아니면 침대에 패대기를 치던가.
그럼 저는 금방 그 자세가 무서워져서
"아~알았어, 알았어. 잘못했어."
"뭐? 알았어? 알았어요! 안해?"
"알았어~~알았어요, 알았어요, 잘못했어요.,"
"(나를 방바닥에 내려놓으며)진작 그럴것이지."
"(혼잣말로) 이씨...자기도 그랬으면서.."
"뭐? 이게! (다시 들어 올리며) 자기도 그랬으면서?"
"아~~아니예요, 아니예요."

정말 유치빤스죠. 그런데요, 거의 모든 대화가 주파수가 맞지 않고 이렇게 끝나다 보니까
이제는 정작 우리는 그냥 대화하는 건데 주위에서는 "또 싸운다, 또 싸워." 그래요.
그런데요, 넘 웃기지도 않는게 있는데 뭐냐면요, 똑같이 막 싸우다가도 내가 뭐라고 하면
"말대꾸"라는 둥 "핑계"라는 둥 "까분다"라는 둥 애들한테나 쓰는 말을 막 한다는 거예요.
자기가 말하면 "말씀"이고 내가 말한면 "말쌈"인가?!

상황1.
신랑 - "(내가 칫솔에 치약을 묻혀 두 번쯤 칫솔질을 하니까) 칫솔질은 이렇게 하랬잖아.
아래 위로."
나 - "(무뚝뚝하게) 그렇게 할려구 했어."
신랑 - "뭘 그렇게 해. 맨날 좌우로만 닦았지?"
나 - "(약간 짜증섞여) 아니라니까."
신랑 - "이그, 볼때만 하래는 대로 하구. 애기같이."
나 - "(언성을 높이며)아니라니까! 좌우로 하다가 위아래로 할거야. 내 방식대로 할거라
구!"
신랑 - "핑계는."
나 - (열받아서 도끼눈으로 째려봄)

상황2.
나 - "(식당에서 다 먹구 자기 신발만 쏙 빼오는 신랑한테) 이그, 내 것 좀 가져 오면 안
돼?"
신랑 - "저기 있잖아."
나 - "하여간 매너 꽝인건 알아줘야해."
신랑 - "그럼 너는! 너는 내 신발 가지고 왔냐?"
나 - " 나는 지금 일어났잖아. 먼저 먹은 사람이 가져 오면 안돼?"
신랑 - "하여간, 핑계는."
나 - (부르르~~~)

어제도 마찬가지예요.
나 - "나 자기 난닝구(메리야쓰) 좀 입을게."
신랑 - "너꺼 있잖아."
나 - "다 빨았어. 자기꺼 입구 자고 내일 아침에 벗어놓을게."
신랑 - "너는 왜 맨날 내 것만 줏어 입냐?"
나 - "왜, 싫어?"
신랑 - "싫은게 아니라 니 것 입어."
나 - "싫은게 아닌데 왜 시비야?"
신랑 - "뭐? 시비? 야, 그럼 남의 것 입는 너는 도둑이냐?"
나 - "뭐? 좋아하는 사람 옷 입고 있으면 하나가 된 것 같아서 더 좋지 뭐가 도둑이야!"
신랑 - "하나가 되긴 뭐가 하나가 된다구 그래. 내가 너 빤스 입으면 좋겠냐?"
나 - "그래! 난 좋다. 내꺼 입어. 입어. 입어."
신랑 - "짝잖아."
나 - "치! 우리가 남이냐? 같이 좀 입으면 뭐가 어때서 니것 내것 찾냐?"
신랑 - "그게 아니라, 자꾸 니가 내 옷을...**"
나 - "(말을 자르며) 알았으니까 조용히 하구 잠이나 자."
신랑 - "(소리를 버럭 지르며)뭐? 조용히 해?"
나 - "(무서워서 부엌으로 도망)....."
신랑 - "너 자꾸 그럴래? 말 버릇이 그게 뭐야! ********(뭐라구 하는지 잘 안들림)"
나 - "(무서워서 무조건) 엉."

세상의 남자들이 다 그런건지 무뚝뚝이 우리 신랑만 그러는 건지, 결혼 전에는 "니 말이
다 옳아~"하다가 보름달이 뜬 것도 아닌데 돌변을 해서는 도끼눈을 뜨고 말도 제대로 못하
게 하니, 원.

저는 착한 아내가 되기 위해서 벙어리가 되어야 할까요? 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