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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육아일기 13 - 흰눈사이로 썰매를 타고 선물 주러 오시는 이여.. 그대 이름은 싼타


BY 닭호스 2000-12-09

나는 요즘 남편 병규의 부재로 인하여 친정에 가 있는 시간이 많다.. 그래서 나는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런데 달이가 태어나자 엄마와 나의 대화는 나와 오빠의 어린날이 주화제를 이룬다.

어제 내가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엄마는 언제부터 크리스마스에 오빠랑 나한테 선물 사?渦?"
이렇게 묻자...
"몰라... 애가 선물의 개념을 알기 시작할 때부터 사주면 안 되겠냐?"
했다...

그러고보니 어린날이 생각난다...

공교롭게도 어느해인가 엄마와 아빠의 동남아 여행이 크리스마스와 맞물렸다. 그 해, 엄마와 아빠는 크리스마스가 되기 며칠전 여행에 앞서 우리 두 남매에게 선물을 사 주었다. 그 날 오빠가 무엇을 선물 받았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평소 내복만 입고 퍼질러 자던 내겐 아무짝에 필요없는 물건으로 여겨지던 진홍빛 이쁜 잠옷과 꼬불 머리에 기다란 속눈썹이 붙은 아름다운 인형을 선물받았다.

그 선물을 받은 날.. 나는 진홍빛 잠옷을 입고.. 인형을 손에 든 채.. 손을 흔들며.. 아빠와 엄마의 애간장을 다 녹이며 잠자리에 들었다...엄마와 아빠는....
"우리 딸이 세상에서 젤루 이뽀..."
하고 연신 감탄을 해댔었다...

하지만.. 문제가 정작 발생한 것은 그로부터 며칠 후였다..

엄마와 아빠가 여행을 떠났고... 우리는 외가에 맡겨졌다...

그런데... 성탄이 오고... 외가에 살던 막내 이모네의 아들, 그러니까 나의 이종사촌 동생이 되던 희권이에게는 싼타가 왔는데.. 나와 오빠에게는 싼타가 오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물론 아빠와 엄마의 뜻밖의 선물이 있긴 하였지만...이것이 그것인 줄은 꿈에도 몰랐었던 것이다...

그 이듬해 크리스마스 이브.....
나는 엄마와 아빠에게 올 해는 꼭 싼타가 오느냐고 물었다...
보채는 것에 가까웠던 나의 질문에 엄마와 아빠는 그럴꺼라고 대답하였다.. 그리고 그 날 밤...

나는 잠자리에 들었다.. 그 때 내 심정은 기대와 의심 반반이었던 것 같다...그래서인지 밤이 깊어졌을 때인데도..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그 때 바깥에서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후닥닥 밖으로 나왔다..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싼타인지.. 엄마 아빠인지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거기에는 엄마가 서 있었다...

"와.. 니 안 잤나?"
놀라 눈이 휘둥그레진 엄마가.. 애써 태연한 척... 이렇게 말을 했다..
"가서 자라... 펏뜩..."

그리고 성탄절 날이 밝았다.. 크리스마스 트리밑에는 엄마가 쪼물딱 거리던 그 선물이 놓여있었다... 하지만 매년 놓고가던 싼타의 카드는 없었다...

우리 달이가 태어난 지 5개월이 넘었다... 달이는 며칠전 이유식도 시작했다.. 이유식 숟가락을 입에 넣으면 멍하게 있다가 꿀꺽하고 쌀죽을 삼킬때마다 우왕하고 울음을 터뜨리는 우리 귀여운 딸아이가 이제 얼마후면 생애 첫 크리스마스를 맞는다...

엄마 아빠 두분이 맞벌이 부부셨던 지난날...엄마는 장이라도 봐서 늦은 귀가를 할때면 우리남매가..
"엄마. 모 사왔어?"
하고 달겨드는 바람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감추며 싼타 노릇을 했던 것이 너무 너무 어려웠다고 했다...

유달리 잠이 많은 엄마가 애가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살금살금 방문을 열고 들어와 선물을 놓고 갔던 것이랑... 그리고 새벽녘에 잠에서 깨어 선물 자랑을 하러.. 네다섯시 아이들에게 꿈을 심는다는 취지하에 거사를(?) 치르고 곤히 잠이 든 엄마아빠를 우리가 깨우러 갔던 것을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내년부터는 나도 싼타 전쟁을 치러야 할 것이다...
나는 이제 크리스마스가 두렵다...
정말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