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영화를 보러 가는걸 죽도록 싫어하는 사람도
더러는 있는 모양이지만,
나는 그런 사람을 이해 못할 정도로 영화를 무지 좋아한다.
안 본 영화가 거의 없을 정도로,
양적으로 우세한 영화광이라는 소리가 아니라,
한 편의 영화에 무지 집중을 하는 영화몰형의 사람이라고나 할까?
나는 영화가 시작될 때 불이 꺼지는 순간부터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외출하는 듯한 설레임에 빠져 드는 사람이다.
선인이 그랬던가.
'몸은 늙었어도 마음은 항상 청춘이다'라고...
이제는 결코 젊지 않은 나이임에도,
"나의 감성은 늙을 줄도 몰라" <---윤다훈 버전.
영화를 볼때도 그 늙지 않는 감성은 어김없이 반응한다.
나는 소설을 읽을때도 그러하지만 영화를 볼때도
처음 시작하는 장면에서부터 감이 빠르게 오는 편이다.
감(feel)이란 얼마나 개인적인가?
'트레인 스포팅'을 볼때도,
주인공이 죽자사자 뛰는 장면서부터
Iggy Pop의 노래 'Lust for love'와 함께
내 가슴도 팔랑팔랑 심하게 뛰고 있었음을 기억한다.
"저 영화는 나를 배신하지 않을거야"라는 감과 함께,
'트레인 스포팅'은 나에게 대성공을 거둔 작품이었다.
또 감이 좋기 위해서는 음악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트레인 스포팅'이 그랬지만 '처음 만나는 자유'에서도
지나간 folk 과 old pop이 어우려져 내 마음을 무지
어지럽혔다.
나의 감성을 쉬지 않고 간지럽혀 대는 것이다.
영화에서 음악이 없다면 과연 재미가 있을까?
극장의 sound 자체가 집의 오디오와는 천지차이가 아니던가?
영화보다 우리에게 오래 사랑받는 음악도 많다.
디어헌터의 'cabatina',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의 테마,
남과여의 주제가,타이타닉의 my heart will go on,
졸업의 삽입곡,바그다드 카페의 calling you,기타 등등...
이렇게 음악은 영화의 오래된 연인으로 남아 있기도 한다.
각설하고,
서두부터 감이 좋았던 영화를 열거해 보자면,
디어헌터,초원의 빛,피아노,트레인 스포팅,미드나잇 익스프레스,
해피투게더,레올로,러브레터,철도원,욕망이라는 이름의 모호한
대상,블루,남과 여,러브 오브 시베리아,처음 만나는 자유...등이다.
(많은 영화들이 있지만 우선 생각나는것 들이다)
"감이 좋은 영화는 흥행에서는 성공하지 못할망정, 결코
나를 배신하는 법이 없다"
이것은 영화에 대한 나의 첫번째 편견이기도 하다.
두번째는 영화란 허구의 파장이 클수록 감동을 준다는 편견이다.
밑바닥을 헤매던 사람이 새 인생을 사는 이야기라거나,
(우리네 삶은 반대로 얼마나 지리멸렬하냐? 말이다)
빗발치는 총알을 어김없이 피해 주인공은 끝까지 살아남는
자로 표현된다거나,
(죽는 넘은 빗나가는 총에도 픽 쓰러져 죽어간다)
그리고 애인과 헤어질 때,
사랑하는 사람이 죽을 때,
영화에선 어김없이 천둥이 치고 비가 내리는
식상한 허구를 만날때,
나는 어김없이 감동을 하며 눈물을 보이는 것이다.
"에이,저런 거짓말" 하면서도
이성은 어디론가 도망가고 감성만 남아,
'허구'에 울고...
'허구'에 웃고...
거짓말이어도 사무쳐 오는 사람을 비유하면 이해가 쉽겠다.
영화에선 누가 죽으면 어김없이 비가 내린다.
그래서 우리는 그 사람의 죽음에 대해서 비탄해 하고
아주 잠시라도 슬픔에 빠져 허우적댄다.
"우이씨...슬포라..."
여기저기서 쿨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이 세상은 내가 아무리 죽는다 발버둥쳐도 눈 하나 꿈쩍하냐?말이다.
그게 외면하고 싶은 진실의 참모습일테지만,
죽을때 비라도 내리거나...
아님 눈이라도 허부지게 내리거나...
우와~~~
나는 설령 영화가 거짓이라해도 속없이 퐁 빠질수밖에 없음을
숨기고 싶지 않다.
내가 죽는 날...
이 세상은 과연 미운 정으로라도 비를 뿌려 줄 것인가?
이 시시껄렁한 세상...
에잇!!!
영화나 보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