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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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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자유 / 아주 오래된 농담처럼 들리는...


BY 후리랜서 2000-11-26

월남전 반전시위와 민권운동으로 홍역을 앓던 60년대 후반,
채 스무살이 안된 소녀 수잔나 케이슨(위노나 라이더)은
단지 머리의 두통을 멈추기 위해 보드카에 아스피린 한 통을
털어 넣었지만 의식을 잃고 응급실에 실려 간다.
'자살 미수'
반 강제적으로 '클레이 무어'라는 정신 병원에 수감된다.

그녀의 병명은 '경계 인격 장애'로 판명되는데,
-정체성,관계,기분의 불안정,목표의 불확실성,
충동적인 자기 파괴 행위...
우연한 섹스처럼 사회적 모순 행위와 비관적 태도가 자주
발견된다- 라고 수잔나가 그 병명에 대한 설명을 읽어 내려
갈때,이제는 아주 오래된 농담이 되어버린 처녀적 나의
방황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존재앓이'
성장통이라고 할 수 있었을까?
그래, 나에게도 그렇게 아픈 시절이 있었지...
자꾸 과거시간에로 태엽을 감고 있었다.

"이건 무슨 세계일까? 어떤 왕국일까?
어떤 세계의 무슨 해변일까?"
잠을 자고 난 아침에 눈에 보여지는 자그마한 내 방
천정 벽지 색깔조차도 난생 처음 보는 듯,
나는 자주 '경계'의 혼란을 겪어야만 했다.
꿈결인지, 현실인지...
현실과 이상이 자꾸 뒤섞여 갔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모호해 지고, 자주 잠이 왔다.
졸업식장에서조차 졸고 앉았는 위노나 라이더를 보며
그때의 나를 보는것 같아 피식 쓴웃음이 나오면서
자전적 이야길거란 직감이 빠르게 지나갔다.

화상을 입은 폴리,
병적인 거짓말을 일삼으며 영원히 '오즈'의 세계에
남으려는 조지나,
자기 방 속에 숨어 들어 아버지가 해준 닭튀김만 먹는 데이지,
(데이지는 아버지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은폐하려 하지만
나비처럼 자신의 운명으로부터 가벼워지고 싶었을까?
결국,그녀는 자기 방 벽지를 장식했던 나비처럼 이 세상을
박차고 하늘나라로 가볍게 날아간다)
항상 붙잡혀 들어 오면서도 탈출의 끈을 놓지 않는
정신병동의 고참인 리사(안젤리나 졸리).

"넌 미친걸까? 아님 멀쩡한 걸까?"
"네 문제가 뭔데?"
과연 정상과 비정상을 판단하는게 가능한 일일까?
"살것인가? 죽을 것인가? 이것이 문제로다"
햄릿은 아니어도 나의 청춘을 저당잡혔던 불가해한 고뇌였다.

"난 1년을 낭비했어.
모든것이 거짓이라해도
난 세상으로 돌아갈거야.
거지같은 세상에 있을거라구..."
결국 수잔나는 세상으로 다시 돌아 왔다.
"나를 만나기 위해서도 병원에서 나와야 해"
우정을 나누던 리사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수잔나는 그렇게
도시의 불빛 속으로 다시 뛰어 들었다.

"혼자일때 삶은 당신을 외롭게 해요.
도시로 가요.
도시의 소음들이 당신을 도와 줄꺼야.
도시로 가요.
도시의 흐름 속에서 노래를 들어 봐요.
도시의 불빛 아름다운 거리를 걸어 봐요.
어떡하면 잊을수 있겠어요?
불빛이 너무나 밝으니
모든 근심을 잊고 걸어봐요.
밤이 가기전에 당신도 춤을 춰봐요.
다시 행복해 져요"

'Down town'
정신병원에 끌려 들어갈때도,
다시 세상으로 돌아 나오는 길에도,
'Down town' 노래가 흐르지만 어찌 그 느낌이 같기만 하랴?
흙장난을 하며 놀다가도 해거름녁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아쉬운채로 손을 털고 집으로 튀어 들어 가야만 했던
소녀는,
과연 그 흙의 부드러움을 온전히 털어내고 편안한
잠을 청할수 있었을까?
꿈에서 나비를 만나는건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