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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처럼'과 '은사시나무'


BY 김혜경 2000-11-17

SBS 창사 특집 드라마 두편.
대삿빨의 여제 김수현과 무서운 신예(아직 중진이라기엔...)노희경.
먼저 한 '빗물처럼'
먼저 하길 잘했지. 은사시 나무 하고난 뒤에 했으면 훨씬 초라했을껄.
'내가 사는 이유'부터 노희경씨 작품을 재미있게 봤었는데 밀도 높게 얘기해야할 단막은 좀 능력이 딸린다는 생각.
주인공들의 심리 상태, '상처입은 사람들'의 '상처'얘기로만 끌고간 이야기 너무 단선적이라 밍밍하지 않은가.
박완서씨나 김수현씨처럼 밍밍한 일상을 묘사하면서도 보여지는 것은 인생이란 것의 깊이와 넓이임과 비교하면 굉장히 무겁게 드라마가 진행되는데 결국은 전혀 가슴을 울리지 않는-내가 냉정해서가 아니다. 난 굉장히 잘 감동받는 사람이다- 그냥 그림에 불과했다면 지나친 혹평인가?
그에 비하면 '은사시나무'는 '역시 김수현!'이란 말이 절로 나왔다. 김수현씨는 연속극을 쓸때면 거의 항상 비난(부도덕하며 말장난이라고)을 받는데 작가의 인생관이 농밀하게 드러나는 단막극에선 그 짧은 시간 동안 역시 한국 대표 드라마 작가답게 생생한 인물들과 누구하나 약하지 않은 비중으로 전달하는 몫몫의 인생의 '짐', 그러나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이란걸 나이든 사람으로 그보다 어린 사람들에게 조용히 얘기해주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