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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스페셜 요리


BY 영우맘 2000-11-15

나의 첫 스폐셜요리


얼마전에 시집간 조카에게서 전화가 왔다

"외숙모 닭게장을
끓이려는데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전화를 끊고 혼자 웃었다

나는 요리라곤 정말 아무것 도 할 줄 아는 게 없이 시집을 왔다
요리 잘 하는 올케 언니가 있어서 또 부지런한 엄마가 계셔서 부엌에 들어갈 일 없이 직장생활을 하다가 결혼하고 보니 신혼여행을 다녀오는 비행기에서 더럭 겁이났다
남편과 단 둘이 산다면 어떻게 빵으로 떼우고 시켜먹고 하며 솜씨를 익혀보겠지만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아야 하는 처지고 보니 당장 내일 아침 반찬부터 걱정이 되는 것이었다
첫날 아침이었다 아니 새벽이었다 아침잠 많은 내가 반찬걱정 때문에 잠을 설치다 새벽에 일어났다 그전날 시누이님이
"우리 엄마는 연세가 많아서 음식을 해 놓아도 옛날분이라 올케 입에 안맞을테니 내가 아예 부엌에 얼씬도 마시라고 했어 올케가 첫날부터 미안하지만 밥좀해" ..하고 내게 언질을 주셧었다

생전 첨 들어가 보는 낮선 부엌에 들어서는 순간 에그 내가 왜 결혼을 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우엉조림 멸치 볶음 김치 같은 밑반찬 ?p가지와 시금치가 한단 뿌리에 흙을 묻힌 체 봉지에 들어 있었다 냉동실에는 쇠고기 한덩이가 꽁꽁 얼어 있었다
시금치를 삶아 무치고 쇠고기 국을 끓여야겠다는 생각이 퍼떡 들었다

그런데 이어지는 고민...쇠고기 국을 어떻게 끓이는지 몰랐다.. 식구들이 나의 정체(?)를 파악할세라 집에서 좀 떨어진 공중 전화로 가서 올케 언니에게 쇠고기 국 끓이는 법을 받아 적고 미소를 지으며 집으로 오니 시부모님과 남편이 골목길까지 나와 나를 찾고 있었다

그날 나는 쇠고기 국을 끓이지 못했다 냉동된 쇠고기 덩어리가 돌덩이보다 더 단단하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시금치도 무쳐내지 못했다 삶기는 했는데 무치려고 씻는사이 시금치의 형태가 사라지고 없었다 너무 푹 삶아서 다 뭉개진 것이었다
밑반찬 몇가지만 달랑 내 놓자 남편과 시부모님은 새벽부터 부엌에 나가서 뭘 했을까? 하는 표정이었다
남편을 출근시키고 요리책을 한권사서 들여다 보았다 잠시 잠깐 보았지만 냉동된 쇠고기는 전자랜지로 녹여서 요리를 해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시금치는 소금을 넣고 살짝 데쳐내야 한다는 요리법도 배울수 있었다
뿐인가 ,,간단하면서도 요리 실력을 높이 평가 받을 수 잇는 스폐셜 요리도 점 찍을수 있었다 스폐셜 요리는 통닭찜이었다 잘 손질한 닭에 간장과 깨소금 참기름 후추 마늘 양파..를 넣어 만든 소스를 솔로 골고루 여러번 발라서 양념이 베게 한후 전자렌지로 익혀내는 것이었다 나는 듯이 시장엘 갔다

시장통로에 들어 서자 마자 아주머니가 큰 박스에 옷을 말끔히 벗은 닭을 수북히 쌓아놓고 팔고 있는걸 보고 가장 큰놈한 마리를 싸면서 혹시 닭장사에겐 요리책보다 더 나은 닭요리 비법이 있을까 해서
닭요리하는데 어떻게 하는게 맛있어요? 하고 물어보았다
그냥 푹고아 드슈...
그게 뭔 요리라고 .......

나의 스폐살 요리는 무리없이 진행되어갔다 요리책을 수십번 들여다 보며 소스를 만들고
깨끗하게 씻어서 물기를 빼 놓은 닭에 소스를 솔로 빈틈없이 바르길 수십번...
저녁이 되어 남편이 오고 소스 바른 닭이 전자렌지에 들어갔다 스폐셜 요리는 너무나 먹음직한 모습으로 노릇노릇 구어져서 나왔다

입맛을 다시며 안 보이는 곳엘 포크로 찍어본 순간 기절할 뻔했다 냉동 쇠고기 덩어리보다 더 단단했다 덜 익어서 그런가해서 10분을 더 익혀냈는데 스폐셜요리는 여전히 포크도 안 들어갔다 푹고아 먹으라고 하던 닭장수의 말이 생각났다 스폐셜요리의 주제는 폐계가 아닌 영계여야 했던 것이다 나는 그때 알았다 폐계와 영계의 요리법이 구분된다는 것을 .....
큰놈이라 네 식구가 충분히 먹을 거라고 여겨 다른 반찬은 하지도 않은터라 .

또다시 밑반찬만 내어놓은 저녁 밥상 앞에서 식구들은 그 고소한 냄새는 뭐였을까?...하고 궁금해하는 표정이었다
그때 그놈은 검은 비닐봉지에 싸여서 쓰레기통에 들어가 있었다
그후 몇날 며칠 밤낮 구별없이 쇠고기 국이 밥상에 올랐다 올케가 일러준대로 만든 쇠고기국은 다행이 먹을만 했다
콩나물국 시금치국이 슬금 슬금 밥상에 올라오기까지 검정
비닐 봉지에 싸여 쥐도 새도 모르게 버려진 음식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런날 분명 시금치국 콩나물 국 냄새가 났는데 밥상엔 쇠고기국이 올라오는 요술을(?) 부리기 위해 나는 쇠고기국을 한 냄비씩 끓여 항상 냉장고 안에 상비약,아니 상비국으로 보관해두고 있었다

그후 10년간 우리집 식탁은 불자동차 보다 빠르게 변화의 길을 달려왔다
나는 시금치국을 끓여놓고 쇠고기국을 내는 요술따윈 안부린지 오래되었다
귀로 들었던 눈으로 보았던 꼭 기억해두고 써먹을 버릇한게 도움이 되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라는 말을 외우면서..

오늘 저녁엔 간단히 오징어??어찌게나 해먹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