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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만장


BY 유해옥 2000-11-14

몇달전 남편은 부부싸움끝에 내게 "기고만장"이란 단어를 썼다
난 기가 막혔고 기분이 나빴다
기고만장이란 뜻이 대체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따졌더니
바로 그게 "기고만장"이라는 것이였다
어이가 없었지만 난 더이상 기고만장해지기 싫어 입을 다물었다

요즈음...
새 풀룻을 사달라고 해놓고 난 남편눈치를 살피기에 전념한다
진작부터 갖고 싶었지만 악기값이 워낙에 비싼데다 프로도 아닌내가
굳이 좋은 악기를 써야할 이유가 없었기에...
하지만 이젠 악기가 많이 낡았고 나의 부주의한 관리로 많이 손상이 되어
이번 성탄칸타타에 다른 악기들과 맞춰 연주를 한다는건 내키지가 않는다
더 좋은악기로 더 좋은 연주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남편들 마음이야 다 같겠지
아내가 원하는 것..
아내가 갖고 싶은걸 갖게 해주는 남편 마음은 참으로 뿌듯하리라 생각한다
풀룻은 아직 내손에 들어오지않고 며칠 더 알아볼 생각이다
그래서 나의 관심은 오로지 풀룻에 있고 아울어 남편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물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게 되면 더이상 남편의 눈치를 볼것도 없지만
남편은 그런 나를 알기에 며칠 더 나를 활용(?)할 속셈인것 같다

엇그제...
잠자리에 누운 남편이 물이 마시고 싶다고 했다
평상시 같으면 "자기가 가서 먹을래 아니면 그냥 잘래"
이러고 넘어갈 일이지만 요즘 남편한테 그런 대우를 해 줄수는없지
그래서 얼른 일어나
"알았어.."하고는 물을 떠다 주었다
물을 마시고 컵을 내게 건네고는 불을 끄란다
이번에도 역시
"알았어.."하고
불을 끄고 옆에 누웠다
정말 내가 남편이라도 여자가 그렇게 말을 잘 들으면 사는맛이 날것 같다
내가 옆에 눕자마자 이번에는 춥단다
"내가 안아줄께..."
그런데 그게 아니다
밖에 베란다에 문이 꼭 닫혔는지 살피고 오라는거다

잠옷입고 불까지 껐는데 나가기가 싫은건 너무도 당연한 일
내가 따뜻하게 해 주겠다고 하는데도 필요없단다
며칠만 참아야지 하고 베란다에 나가서 문을 꼭꼭 점검하고
마음을 진정 시키며 들어왔다
그제서야 남편은 "이제 자자" 하고는 이불을 뒤집어 쓴다
은근히 화도나고 이러다 남편에게 사는동안 내내 시달(?)릴까 싶은게
갑자기 속이 끓었다

"나 자기한테 할말 있어.."

"뭔데?"

"자기..너무 기고만장해..."

"푸하하~"

남편은 자기가 웃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