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 학교시절에 내 친구들은 날라리가 많았다. 또한 예쁜 친구
도 많았다. 이뻐서 공부는 뒷전이고 미팅이나 열심히 한 건지
그거야 알 수 없지만...이쁘다고 다 머리가 비었다는 근거 없는
설을 그래도 나는 줄기차게 믿으려 노력했다.
글을 더럽게도 못 쓰는 친구들이 연예 편지를 부탁해 오면
대필 해주며 떡복이나 빵을 얻어 먹을 정도로, 나는 그 방면에
서서히 도가 터갔다.
참으로 한심한 놈들도 많아서 예쁜 애들은 글씨도, 글도 이뿌게
쓸거라는 환상을 가지고 사는 거 같았다. 한 번도 대필한 거라고
의심받은 적이 없었으니까.
아무튼 그 때 부터였는지 나는 미팅 한 번 나가 본 적 없지만 남
자들이 한심스러워졌었다.
대학에 진학하고 나니 더 심한 일이 일어났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미녀군단 속의 이영자처럼, 예쁜 내 친구들 틈에서 나는 항상
어딜가나 그녀들을 치근덕거리는 놈들을 강력한 말빨로 물리쳐주
는,노래에도 나오는, 예쁜 여자에게 말 걸면 못생긴 친구가 항
상 거품 물고 달려든다는,,그 모범적인 전형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그렇게 못 생긴 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하필이면 항상 너무나도 눈에 띄게 이쁜 친구들과만 어울려 다니
는 통에 상대적으로 안 예쁜 여자가 되곤 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는지 그건 나도 잘 모른다.
어느 날, 술취해서 치근덕 거리는 놈때문에 어쩔 줄 몰라 괴로
워 하는 친구하나를 발견하고 멋지게(?)해 치워 준 후에 그녀들
이 나를 좋아하게 된건지, 아니면 이쁜 애들은 조금 지저분하다
거나 맹할 꺼라는 나의 근거없는 호기심을 알아보고자 내가 먼
저 접근하기 시작한 건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미녀
군단(?)을 친구로 두고서 다른 여자 친구들에게는 이해 못할 애
로 남자친구들에게는 너무나도 고마운(왜냐면, 소개 시켜 달라
고 아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친구로 통했다.
사실,
이쁜 애들은 항상 남자친구가 우굴거리므로 학교에서 참으로 편
리한 생활을 할 수가 있었다. 아침 회수권 한 장이면, 나는 점심
과 커피와 저녁 차비까지도 해결이 가능했다. 이뿐 애들은 참으
로 이상하게도 지가 꼭 마음에 드는 남자가 아니면 항상 옆에 나
를 데리고 다녔으니깐. 아무튼 덕도 많이 본 셈이다.
언젠가, 내게 남자 친구가 생기면 갚으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리고 항상 그러겠노라 말했지만 나는 남자들이 참으로 한심했
다.
이쁜 내 친구들은 항상 우유부단한 편이어서 열 남자를 마다하
지 않았고(?) 게다가 이상하게 남자 없이는 못 사는 친구들도 많
았다. 그런 그녀들의 근성(?)을 모르는 채 열씸히 돈 처발라 무
언가를 사다 나르기도 하고 그 번지지르르한 외모에 반해 성격이
정말 떡 같아도 다 참아주는 남자들,,어찌 한심하지 않을 수 있
으랴.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일편단심 민들레로 내 친구를 사년이
나 ?아다니던 그래서 제법 나와는 허심탄회하게 친구로 지내게
된 k는 결국 변심해 버린 내 친구때문에 속상해 하며 내게 술친
구를 해 달라고 했었다.
내 친구지만 나도 괘씸한 생각이 들긴 했다.
사년이나 우려 먹고(?) 막판에 버리다니.. 버림받은 그가 불쌍
해서 나는 몇 번 그를 위로해 주었다.
그 소문이 내 친구 귀에 들어가 내가 마치 그의 애인을 가로챈
것같은 그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나로서는 너무나 어이 없는
일이었다. 내가 남이 씹다 버린 껌 같은 쓸게 빠질 대로 빠진 놈
이나 챙겨 줏어가지는 그런 사람으로 보였다니?
그리고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지가 버리고 돌아 선 것이면
서? 나는 화가 났지만, 참았다. 원래 이쁜 것들은 그러하므로.
그런데 결과적으로 내 친구는 다시 그에게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공을 세운 내가 고맙다며 그 놈은 내게 선물
까지 했다. 참으로 이쁜 애들의 심리는 불가사의 한 것이었다.
보통으로 생겨 먹었으면서도 성질도 더럽고 남자 알기를 항상 우
습게 알던 내가 그러니 남자 친구는 많아도 애인이 있을 턱이 없
었지만, 없어도 나는 연애에는 도가 틀 대로 튼 상태가 되었다.
울고 짜고 이 세상에 모든 연예사를 이쁜 친구들 덕에 다 간접적
으로 알게 된 때문이었다.
그래도 어딘가,
이 세상 어느 한 구석에는,
보통으로 생겨 먹은 내가 제일 이쁘다고 생각하며 사랑해 줄 사
람도 있을 것이고, 나보다 더 나은 구석이 있다고 생각되는 남자
도 있을 것이고,그러면 나는 그를 받아 들이고 사랑하겠다고 벼
르고 있다.
애인 하나 없이도 내가 잘 버티며 술 먹고 떠나간 애인때문에
슬퍼하는 남자친구들의 술상대가 되어주거나, 아니면 어떤 남자
를 고를까, 남자 없이 사는 삶에 한달을 못 견디는 친구들 상대
를 해주며 기죽지 않는 까닭도 바로,
보통으로 생겼어도 알고 보면 미모의 친구들 보다 보석 같은 나
를, 빛나는 나를 찾아 낼 줄 아는 현명한 눈을 가진, 그런 남자
를 만나게 되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미녀 군단을 트럭으로 끌고 나가도 눈 하나 까닥하지않고
나만 바라 볼 수 있는 그런 남자....그런 남자를 만나고 싶다.
그리고, 그날은 분명 오고야 말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