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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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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들은 이런 이야기 시러하는중 알면서도...(그래도 함 봐주세용... )


BY 닭호스 2000-10-30

아줌마들은 이런 이야기를 시러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이 글을 올리는 이유는 나는 여느 아줌마들보다는 아줌마로 보낸 세월이 짧아 아줌마 얘기를 쓸래야 쓸 수가 없다는데 있다..

대학 4학년 1학기 때의 일이었다..
나는 그 학기 "인간과 윤리" 라고는 과목을 수강하였다.

나의 전공은 원래 독문학인데.. 나는 독일어 원서를 그저 내리읽고 번역하는 것을 더이상하면 증말이지 스트레스성 조기노화에 걸려 시집도 몬가보고 안타까운 최후를 맞이할것만 같았다..
(번역. 그거 해본 사람은 안다...사람 성질 다 버린다..)

그래서... 택한것이 "인간과 윤리"였다..
선배들의 말인즉슨 "인간과 윤리"는 노트필기만 잘해놓으면 시험은 공책을 보고 그대로 죽 베껴쓰는 오픈테스트라는 것이며.. 출석도 가물에 콩나듯 부른다는 환상의 과목이었다..그리고 이 과목을 수강하여 A밑으로 받은 인간은 인간이기를 거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실로 듣던중 반가운 야그가 아닐수 읍다..

그래서...
나는 그 과목을 수강하였다..

그러나...
때는.. 실로 녹음이 짙어가던 4학년 1학기! 교생 실습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교생실습으로 나간 학교는 남학교였는데.. 젊은 영계들을 만난다는 기쁨에 부풀어 "인간과 윤리" 강사를 찾았다..

"저~ 선생님.. 저는 다음주부터 몬 나올것 같아요.. 교생실습을 가기 땜시로..."

그러자..

"인간과 윤리"강사왈...
"아, 그래요? 그럼 잘 다녀오세요.. 교생실습 잘하시구요.."

그 부처같은 자비로운 얼굴에 넘쳐나는 아름다운 미소는 나에게
"너는.. 볼것도 읍이 에이뿔(A+)이다.. 아가.."
하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내가 교생실습을 시작하고 두 주가 지나자 "인간과 윤리"를 같이 듣던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선배.. 클났어.."
"무슨 일인데?"
"인간과 윤리가 출석 부를때 선배이름을 두 주째 계속 불러서 선배 네 번 그였어.."
"뭣이????"

나의 진노는 땅을 치고 하늘에 가 닿았다..

그러나...며칠뒤 다시 걸려온 후배의 전화에서 나는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선배.. 인간과 윤리가.. 오늘 또 출석을 불렀는데..인제..선배 나올필요 읍대.. 결석이 너무 많아서 학점 못준대.."
"뭐? 너.. 내가 교생실습 갔다고 말햇어?"
"응.. 그 선배 교생 나갔어요.. 하니까.. 그 사람이 그러더라..그 래 서? 라고..."

정말이지 미치고 폴짝 뛸 노릇이었다...
학교 4년을 다니면서.. 매번 장학금을 놓치지 않는 우수한 성적을 나의 유일한 자랑으로 삼던 내게 어찌 이런 일이...

교생 실습이 끝나던 날.. 나는 학교 교학과를 찾아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러자 교학과 직원왈.. 나의 안타까운 심정은 백분 이해가 되지만 지금 수강중인 수업을 취소해 줄순읍다고 했다..그런 규정은 읍다고 했다..

그날부터 불면불식의 나날이 시작되었다...하늘만 보아도 눈물이 났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이리도 많이 지어..이런일을 당하나 싶었다.. 내가 고등학교때 열심히 공부를 안하고 땡땡이 치며 엄마 속을 썩힌 죄값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의외로 기말고사는 빨리 다가왔다..

나는 시험장으로 갔다.. 그리고 묵묵히 시험을 쳤다.. 교생실습으로 인해 노트필기는 안되어 있었고.. 그 부처님의 탈을 쓴 악마에게 받은 정신적 피해로 나의 육신과 정신은 피폐해져 있었다..내가 시험을 제대로 칠수 읍었던 이유는 수십만가지가 넘었다...

시험을 보며.. 그리고 시험이 끝나고 즐거운 여름방학이 시작되고도 내내.. 나는 나중에 "인간과 윤리"를 그 강사에게 들으려는 후배들이 있으면 도시락 싸 댕겨가며 말려야지..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증말 글케했냐구???
물론 대답은 노우 다..

왜냐하면...
그 여름방학이 절정에 이른 무더운 어느 여름날 오후...
우체부아저씨가 물어다 준 나의 성적표에..
"인간과 윤리" 옆에는 에이뿔(A+)이 떠억하니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자초지종을 알수가 읍다.. 그 인간이 왜 나에게 그런 정신적인 피해를 주었었는지.. 그리고 그 다음에는 이런 화려한 성적을 주었는지..에 대해서는 알수도 읍거니와.. 알고싶지도 않다..다만 내가 중요한 것은.. 그로인해 예년에 비해 조금도 손색이 읍는 성적표가 나의 손으로 날라들었다는 것이다...

인간과 윤리...
그는 나의 열렬한 홍보에 힘입어 아직도 학생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 강사로서 그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