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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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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부른 인터넷


BY 베티 2000-10-28




<죽음을 부른 인터넷>

어제 하루 동안 나는 인터넷의 마력과 위험를 동시에

느끼며 몇가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오전에는 인터넷의 위력에 작은 흥분마저 일게 한

일이 있었으니 인터넷에서 알게 된 W와 전화 통화를

한 일이다.

사진과 글로만 보고 상상 했던 목소리와는 좀 달라서

처음엔 잠시 어리둥절 했지만 전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해 맑은 목소리는 끊고 나서도 긴 여운을 남겨 주었다.

물론 W는 여자로서 꼭 한번 보고 싶다고 생각해 온

동생이다..

미지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의 설레임을

느끼고 인터넷에 참으로 감사했다.

그런데 저녁 9시 뉴스에, 인터넷에 빠져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를 목졸라 죽인 한 남편에 대한 사건이 보도 됐다.

낮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전혀 다른 이야기를

접하게 된 것이다.

'뱀이 물을 먹으면 독을 만들고 소가 물을 먹으면

우유를 만든다'는 말처럼 똑 같은 인터넷을 사용하고도

사람에 따라 이렇듯 달라지는 걸 알 수 있다.

가엾게도 남편으로 부터 죽임을 당한 그 여인은 컴퓨터를

들여놓은 뒤 인터넷을 배우고 체팅을 시작했다고 한다.

차츰 외출이 잦더니 새벽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고

급기야는 남편한테 이혼을 요구했다고 한다.

아이들도 뒷전이고 남편보다 컴퓨터가 좋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죽은 자는 말이 말이 없다'고 그 두사람의 자세한

사정은 알 수가 없지만 정상적인 가정이었다면

그 여자가 체팅에 그토록 빠져 들었을까?

만약 그 여자가 외로움을 이기기 위해

체팅을 시작했다면 그건 이미 예상된 일이다.

잘 알지 못하는 남자로부터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녀의 마음을 서서히 움직이게 만들었고 그것이

서로의 만남을 만들고 그 만남은 불륜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수렁으로 빠져 들었을 것이다.

결국은 그 만남이 죽음으로까지 몰고 갔는데 요즘은

비단 그 사건 뿐이 아니고 비일비재다니

인터넷이야말로 현대판 가정파괴범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아직 남자와는 체팅을 못 해 봤다.

기껏해야 아지트에서 만난 동갑내기의 아줌마들과

가끔씩 하는 정도이다.

그렇지만 미지의 남자와 체팅을 하면 마음이

어떠하리라는 짐작은 간다.

나는 그런 마음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그래서 애초에 첫발 내딛는 것을 차단하고 있는지 모른다.

내가 아이들로부터 벗어나고 남편으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는 처지라면 그 때도 그러할 지 그건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 우리 부부의 사랑전선엔 별 이상이 없고

체팅에도 큰 마력을 느끼지도 못 하고 있다.


생활이 윤택해질 수도 있고 생활 자체가 파멸될 수도

있는 인터넷은 사용자가 어떤 방법으로 취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어제 그 사건을 통해

새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