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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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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한테 운전 배우면 도시락 싸갖고 말릴끼라요


BY 나의복숭 2000-10-22

계절이 바뀌어서 그런지 교외로 나가보니
초보딱지 붙이고 연수하는 차가 제법 많이 눈에 뜨인다.
그 차를 볼때마다 내 초보시절 연수하든 생각이 나서
피식 웃음이 난다.
난 지금도 남편한테 연수 배운다면 도시락 싸갖고
말릴 사람중의 한사람이다.

어느해 여름.
날씨는 무지 더웠는데 3일 책보고 학과를 96점을 맞았다.
그건 내가 머리가 좋아서 그런기 아니고 사실은 C 출판사의
책을 봤는데 거짓말 한개도 안보태고 그쪽 문제를 시험지에
쏟아 부어놓았었다. 그래서...

그래도 울 남편에게 자랑 안하면 도희가 아니지.
"보이소. 보이소. 내 3일 공부해서 96점 마잤다. 이번 문제는
억수로 어려웠다는데 내가 96점 받은기다. 진짜 내가 생각해도
내 머리 쥑인다"
어려웠다는 말은 당연하게 내가 지어낸거고...히히.
남편한테 아니면 천지 누구한테 자랑하겠는가?
근데 이 밉쌀스런 경상도 토종 남자왈.
"앞의 사람거보고 컨닝했겠지"
"뭐시라고? 앞에 사람 떨어졌드라"
"그럼 옆에 사람거보고 했겠지"
(으이구 그저 지 마누라 잘 되는 꼴을 못 봐준다니까..)
"아이다. 뒤에 사람거 보고 베겼다. 뒤에 서울대 나온 인간였거든"
이러면서 또 투닥 거렸다.

면허증을 받아오니 자기가 연수를 시켜준다고 했다.
강사한테 받아봐야 제대로 갈켜주지도 않는담서...
그래서 OK하고 연수비는 내가 따로 챙겼지.
챙길때야 공돈 같아서 무지 기분 좋았지만 이넘의 돈
챙길려다가 내가 땅을 친겨.....

"긴장 풀고 어깨 힘빼"
이말을 시발로 해서 내가 받았든 서름이란....
지금도 그때 내가 울 남편한테 구박받았든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그 말투의 토시하나 안틀리고 다 외우고 있다.
내 꼴까닥 숨 너머갈때 까지 외울끼다.
말이나 부드럽나. 순 경상도 문디말로...

도데체 연수하고 공부하고 뭔 상관이 있는지 심심하면
머리가 돌이라느니 이머리로 학교는 우째 댕겼느냐니...
심지어는 니 궁민할교 댕기다가 말았는거 아니냐 소리까지 했다.
어이구 그놈의 운전이란게 잘 하다가도 울남편만 옆에 앉으면
왜 그리 떨리고 긴장이 되는지...
말그대로 호랑이가 따로 없드라.

핸들잡길 9시15분으로 잡으라고 노래를 부르길래 그대로 하다가
머리가 간지러버서 한쪽손으로 머리를 좀 긁었드니
건방스럽게 한손으로 운전한담서 기지도 몬하는기 날려고 한댄다.
좀 빨리 달리면
"니 목숨 두개냐?"
천천히 달리면
"앞에 아무 장애물이 없는데 뭐 생갹하냐?
이래도 탈. 저래도 탈.
지가 하면 로맨스. 내가 하면 불륜 이런식이다.
그래서 더럽고 앵꼽아서 안한다고 했다.

안하면 젤 맘 편하고 그만인데 내가 왜이리 인간적으로
구박 받아가면서 할까 싶어서..
그러면 또 온갖 감언이설로 꼬시는거다.
또 따라가면 같은소리 반복이고...
운동 신경이 둔하다느니
핸들 감각이 없다느니 이소린 기본이고....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고 어느날 드뎌 나도 폭발했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똑바로 안가고 약간 삐뚤게 간다고 나한테 하는말이
(이건 절대 편집 안한다. 이 남자하는말 그대로다)
----"니 누구 신세 조질일 있냐?"----

그래서 다 치우고 두번다시 핸들 잡으면 나도 개딸년이라고 했다.
그래 신세 조져도 내 신세 조지니까 걱정말라면서 가방이고 뭐고
다 패대기치고 찔찔 짤면서 팔공산 내려왔다.

그후로 개딸년이 되긴 했지만 시간이 가니까
핸들감각도 익켜지고 다 제대로 되드라만
울 남편은 유별스레 자기는 뱃속에서 나올때부터 초보 아니었는지
날한테 별스럽게 굴었다.
초보 팻말도 날보고 1년을 붙여 댕기라고 했다.
내가 미쳤나?
딱 1주일 달고 댕겼다. 그후는 남편 보는데만 다는척...
그담은 당연히 메롱이지 뭐.
근데 내가 요거하나는 얘길하는데 그때 별시리 욕 묵으면서
배운게 나중에는 확실히 덕이되드라 이말씀.
(애구 울남편 들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