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대부분 축구나 야구같은 운동경기 보는것을 좋아한다.
월드컵 예선전 같은게 있을때는 말 그대로 거리가 조용할 정도고.
울남편도 예외가 아니라서 축구 경기나 야구경기의 예선전이
있는날이면 밥 먹는거조차도 대충 먹어버리고 TV 앞에 앉는다.
근데 난 그런 운동경기 보는건 별 취미가 없다.
걍 울 나라가 금메달이나 땄다하믄 릴레이하는 방송이나 볼 정도고...
야구는 rule을 모르니 봐바야 재미도 없고 축구는 볼라고 하면
간이 조마조마해서
"한꼴 넣어면 날 불러요"
그리곤 탁자앞에 담배. 재떨이. 물. 휴지. 라이타. 과일등을
주루룩 제사상처럼 나열해 놓고는 컴을 하든지 다른걸 한다.
뭐든 누울 자리 보고 발 뻗어란 말 있듯이 내 아무리 수다를
전문으로 떤다해도 울 한국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 웃기는
얘기하단
"서끄러버"
요래 쫑고 먹기 딱 알마자서 아예
수다도 휴업으로 들간다.
별로 말을 잘 안하는 남편이 축구를 볼때 보면 참 재밋다.
인간성이 다 들어난다.
자기가 뭔 코치나 되듯이
"그래. 그래 잘했어. 바로 그거야"
"오케이. 됐어"
"날쎈돌이로 바꿔 바꿔. 최용수는 뭐하냐"
어느새 남의 별명까지 알아가지고는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한다.
어떤땐 하도 우스워서
"당신이 허정무가?"
글카믄 경기 스코어에 따라서 눈초리에 차이가 난다.
질때는 또 어떤가.
한마디로 인간성 더러븐기 화악 다 들어난다.
"아이구 절마 저거"
"어이구 아자석아. 죽어라 죽어"
"병신같이 저걸 하나 못넣고..."
남의 귀한 가장에게 별 악담을 다한다.
그 마누라들에게 다- 일러줘뿌리고 싶다.
그담은 애궂은 담배만 죽어날판이다.
재떨이에 꽁초가 수북이 쌓여서 담배 인삼공사 표창장감이다.
그런날은 가만 있든지 부부일심 동체라고 같이 동조하면서
"마자. 아이구 저것들. 병신같이..."
이렇게 맞장구 쳐줘야지 사는기 편하다.
괜히 공자같은 맘 표낼라고
"그럴수도 있지 뭐"
"그리 잘넣음 당신이 넣어보슈"
글카다가는 거짓말 쪼매 보태서 경상도말로 작살이 난다.
괜히 내 때문에 진것같은 눈초리로....
"왜 그리 애들처럼 승부에 집착하는데?"
"니는 대한민국 궁민 아니가? 어디 달나라서 왔냐?"
말해봐야 본전도 몬찾는다.
"그래 잘났다. 니만 대한민국 궁민이가?" <----속으로만.
그러다가 한꼴을 넣으면 작은집이 떠나가도록 손뼉을
치면서 날 부른다.
"어이 이도희 한꼴 넣었따. 와봐라. 빨리.."
그럼 난 화장실 앉아서 볼일보다가도 후닥닥 쫓아나가준다.
"어디 어디?"
다시 리플레이하는거 보곤 나역시 좋아서 둘다 애들처럼
하이 파이브를 힘차게 한다.
맨날 이래 이겨주면 부부 금슬 문제가 아닐낀데..
금메달 깜일낀데....
글고 보면 내 남편이나 난 참 단순한 사람같다.
진짜 거짓말 안보태고 한국이 이기고남 뼈타고 살타는
게임하믄 일사천리다.
더구나 일본 같은데 이길때는...
(우린 이리 애국자여)
그럼 질때는?
애호박 썰어넣고 밀가루 반죽해서 수재비나 끊여주면서
달래줄밖에...
촌시러븐 사람이라서 수제비람 끔뻑한다.
"에이 기분나빠. 수재비나 묵자"
이카면서 달래야지 뼈타고 살타는건 진짜 기분나빠서 몬한다. 히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