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거짓말 쪼매 보태서 마누라보다 더 좋아하는 울 남편은
(존심 상하는 말이지만 어떤때는 마누라보다 더 좋아함)
개 고기 먹는 사람을 협오할 정도가 아니라 인간취급도
안하는 사람중의 한사람이다.
내가 그런사람의 자랑스러운 마누라이다보니 나역시
자기편을 들어줘야하는데 그기 아닌데 나의 고민이 있다.
그럼 내가 개고기를 먹느냐고?
당연히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 아니고 먹어본적이
있고...또 묵으람 못먹을것도없다. 뭐.
사실 먹어본 사람은 안다.
그기 얼마나 맛있는줄을...
60년대 초반에 대구 수성교근처 방천시장이 있었는데
그곳에 멍멍탕을 기가막히게 잘하는 골목이 있었다.
근데 울 친정아부지가 멍탕을 무쟈게 잘 드셔서
난 엄마 심부름으로 심심하면 찌그러진 양은냄비들고 가서
그 멍탕을 공수해와야했다..
그때 멍탕이름은 요새처럼 점잖은 보신탕이 아니라
개장국였다.
그 개장국을 개를 잡아서 끓인것이라는걸 쪼맨한 내가 알리 없었고
울 아부지 드시고난후 국물을 얻어묵든 우리형제들은
그 기막킨 맛에....
그땐 고기도 귀한 시절였고 요새처럼 쇠고기가 흔해서
불고기 뭐 이런건 꿈도 못꾸었다.
쇠고기국---->말이 쇠고기 국이지 걍 쇠고기가 물에서
첨벙첨벙 목욕한다는 말이 더 정확할끼다.
우짜든지 한그릇이라도 더 그릇수를 늘리기 위해서....
그런 국물도 우짜다가 울아부지 월급날에나 아님 생일정도에
먹을수있는 귀한 별식였다.
아무튼 그때 먹어본 개장국은 기막혔다고 내 기억에 입력되었고
그후는 별로 먹을 기회도 없었다.
그동네서 다른 동네로 이사를 했으니까.
그후 세월이 흘러흘러 우째우째 결혼을 하고선
개 좋아하는 남편땜시 나도 형식적이나마 개를
협오식품으로 분류해야 했는데...
언제인가 여름
울이웃집에 놀러를 갔는데 그날따라 배가 무지 고팠다.
"언냐. 배고프다. 밥 좀 도고"
"응 알았다"
그리고선 밥상을 차려왔는데 색깔도 찐한 벌건 고깃국.
"언냐. 이기 무신국이고? 육계장이가?"
"응 먹어봐. 맛있다"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먹었는데 맛이 죽여줬다.
그 언니가 전라도가 고향인데 속으로
"아 전라도 육계장은 이런갑다." 생각했었다.
"맛있지?"
"응 육계장을 언니고향에선 이렇게도 끓이구나. 고기가
무지 연하네."
"바보야. 이거 보신탕이야"
"뭐뭐? 아이고야"
말이사 글?지만 이미 묵었는걸 게워내지도 몬하고 우짜겠남.
야튼 기막킨 맛였다.
그 며칠후 TV에서 보신탕 운운하는 얘기가 나왔다.
아무리 입이 보살처럼 싼 내지만 보신탕 먹었단 소린 못하지. 히히.
울 남편 또 개먹는 인간들 우짜고 글?다.
그인간들중 자기 마누라가 낑겼을줄 알면...? 메롱이다.
"당신은 여태 태어나서 개고기 한번도 안묵어봤나?"
"당연하지 이사람아. 내가 개를 키우는데 어째 먹냐?"
"그라믄 전쟁났다. 피난간다. 묵을기 없어서 3일 굶어서
눈앞이 노랗다. 길바닥에 기는 벌레라도 잡아묵을 판이다.
개가 지나간다. 사람들이 잡아서 묵는다. 당신은 묵겠나?
그냥 죽겠나?"
"그건 생존차원이?나. 넌 꼭 비유를 해도 그런식으로
비유를 하냐?"
"개 키우는데 죽어도 개고기 몬 먹는다는 소리 하니까 글?지.
사람은 당하면 다 묵게 되어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마" <---괜히 성질을 냈다.
속으로
"그래 니 잘났다. 뭐 안묵어? 안묵는가 함보자" 이를 갈았다.
울동네는 집앞이 앞산 공원이라 이름난 식당이 무지 많았다.
당연히 보신탕 잘하는 집도 있었고 그집은 항상 문전 성시였다.
울동네 아줌마들 심심하면 냄비들고 가서 보신탕 잘사가는걸 내 알지.
어딘가는 몰라도 효과가 쥑인다길레
어느날 퇴근하고선 나도 냄비들고 그 대열에....히히.
울 남편이나 나나 성질은 더럽지만 식성하난 끝내준다.
울남편 못먹는기 없고 맛없는기 없다.
일단 내가 해준거 식탁에 올렸다하면 맛이 있든 없든
깨끗이 비운다.
적어도 반찬 투정만큼은 여태 안듣고 살았다.
그날 저녁 뚝배기에다가 마늘. 후추 더 뚜디러넣고
(얼큰한걸 좋아하니까) 뜨겁게 해서 식탁에 올렸지롱.
말없이 묵는 남자. 착해라---
"마싯제?"
"음"
"맛 쥑이제?"
"음"
원래 내가 써묵는 레프토리라 별 말없이 먹고
좀 있으니 땀도 뻘뻘 흘린다.
"니는 안묵나?"
"내는 아까 많이 묵었다."<--묵긴 뭘묵어. 1인분 샀는데...
결국 끝까지 한그릇 뚝딱 해치운다.
당연히 무신 고기냐고 물어야 하는데..다 묵을때까지 안묻는다.
그러니 내 입이 근질근질해서 죽을지경인데,,,아직 소화 다되어
나올때까지 카믄 안되지. 히히.
이튼날 쪼매 남은 한그릇 마저 다 비우고...
"국 마싯제?"
"그래. 넌 내없어도 유사시에 굶어죽진 않겠다. 국장사를 해도.."
"뭐시라고? 하하. 낄길...."
배를 잡고 웃었드니 창찬해준 말에 내가 좋아서 웃는줄 알고...에고.
다시 한참후.
"소. 말. 돼지. 닭. 오리. 염소....우짜고.....
그 가축들 다 사람들의 식용으로 존재하는데 왜 유독
개만 협오식품으로 카겠노?"
"그야 집에서 키우잖아. 개는 영물이고 사람보다 더 영리해"
"애구 그라믄 소도. 돼지도 집에서 키우고 소.돼지도
사람보다 더 영리할수도있지 꼭 개만 그렇나 뭐"
"너 그럼 저기 밖에 내가 키우는개. 잡아 묵겠냐?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도 마라"
"불치병 걸렸다. 집에 키우는 개가 약이라칸다.
그라믄 두말없이 잡아묵어야지"
"참 나..넌 왜 맨날 그리 엉뚱한 생각이나 하고 그렇냐?"
"사실이 그렇찮나. 그라믄 당신은 개고기는 죽어도 안묵겠네"
"당연하지 이사람아. 안먹어"
"치.치. 묵기만 잘도 묵드라"
"뭐?"
"지난번에 맛있게 묵고 땀낸국 보신탕이다. 왜?"
"뭐? 너 진짜야?"
"그럼 진짜지. 묵기만 잘도 묵드라"
"이기 미쳤나?"
그담은 말 그대로 마자 죽을뻔했다.
달래는데 3일 밤낮을 기쁨조되어 무료봉사했다.
애구 천기누설을 하는기 아니었는데 이넘의 입이..흑흑.
그담부터는 국 먹을때마다 울남편 유심히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몇년이 흘렀는 지금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