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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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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뷰티를 보고/인생은 정말 아름다운 것일까?


BY 봄비내린아침 2000-08-15

나는 비디오로 이 영화를 만났다.
익히 들어본 영화제목이라 그닥 갈등없이 뽑아들고 오면서 쟈킷이 주는 인상, 제목에서 오는 느낌만으로 '아름다운...'무언가를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아, 인생은 아름다운 거구나'라고 나를 공감시키기보다는 '정말 인생이란 아름다운 것일까? 인생이란 살아볼 가치가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자꾸만 던지게 하는 그런 영화였던 거 같다.

이 영화의 내용, 배경은 모두가 어둡고 불규칙한 것들 투성이다.
딸의 친구에 욕정을 느끼는 아버지, 외간남자와 불륜에 빠진 엄마, 그리고, 그 엄마나 아빠에 대해 추호의 존경심도 없는 그들의 딸, 자신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하기 위해서 평범한 친구를 곁에 두는 딸의 친구, 옆집 여고생을 몰래카메라에 담는 마약 딜러인 남학생, 그리고 해병대 장교임을 강조하고 늘 엄한 규율속에 갖힌 그의 아버지...

일관된 주제도 없이 얽히고 ?鰕?이들을 보면서, 미국의 한 단면이기보다는 우리가 처한 현실이고, 앞으로 닥칠 미래일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감출수가 없었다.

나는, 영화가 우리에게 주고자 하는 어떤 암시도 솔직히 느낄 수 없었다. 마냥 혼란스럽기만 할뿐...

하지만,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내 눈을 끈 건 붉은 장미였다.
정원 가득 검붉게 피어난 장미송이, 거실탁자위에 정물화처럼 늘 같은 빛깔로 꽂혀있던 장미, 심지어 42세의 주인공 남자가
아내의 총에 맞아 쏟아낸 피의 빛깔과 탁자위의 장미빛은 너무나 닮아 있었다.

영화속에서 누구도 신경쓰지않던 장미처럼, 하지만 늘쌍 그 자리에서 그 빛으로 그 아름다움을 품어내던 그 장미처럼 '진정한 행복,진정한 기쁨'은 우리곁에 늘 흔적없이 머물고 있으리라
나는 믿고싶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