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다가와 그럽니다.
"미국엔 어린이들이 최고라서 어린이날이 없는 거라구..
거긴 항상 어린이들을 위해주는 곳이라고..."
우리나라엔 무슨 무슨 날도 많습니다.
특히 5월엔 더 많습니다.
그래서 우린 5월달엔 더욱 분주합니다.
아이들을 위해 주라고 어린이날..
이날 어른들은 아이를 위한다고 큰 맘멈고 별거 별거 다 사주며
아이들 버릇만 냅니다.
내내 속 썩이고 외면하다가도 하루 날잡아 싸잡아 효도하라고 어버이날....
우리들은 이날 가게에 매상 올려주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난 이 날만 다가오면 나라에서 하라는
효도는 안하고 자꾸 눈물만 흘립니다.
요즘은 그 증상이 더욱 심해져서 5월만 되가면 눈물이 나기 시작하더이다.
어느날...무심코 쳐다본 어머니의 얼굴에서 아주 깊이 패어
이제 골이 되어버린 입가의 주름을 발견했을때,
그만 눈이 시려 얼른 외면하고 말았습니다.
가슴 속 저편에서 사정없이 밀려오는 단단한 덩어리를
도저히 어찌할 수 없었기때문이었지요.
그날 이후 아직도 난 어머니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질 못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내 잘못이지만 이제 그렇게 흘려 버린 세월들은
나의 응어리진 감정들을 어쩌지 못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크게 아프셔서 서울로 치료를 받으러 가실때,
같이 가 드리지 못하는 마음에 몹시 슬펐습니다.
이젠 아이들에 남편에 시집 식구에 재고 챙기고 눈치를 살펴야 할
일도 많아 온전히 사랑해 드릴 수도 없음이 못내 안타까웠지요.
어머니!!
나에게 있어 어머니란 부르기만 해도 눈물이 나오는 이름입니다.
오늘 난 당신께 그간의 여러 죄들을 고백하여 감히 용서를 구하려 합니다.
철없던 사춘기 시절..
어머니의 말 한마디에 난 항상 세마디로 되받아쳤습니다.
누구에게든 절대 질 수 없다는 철두철미한 승부근성때문에
어머니 가슴에 늘 눈물 고이게 했습니다.
그렇게 난 늘 어머니를 이기고 의기양양해 했었습니다.
난 거짓말을 너무도 잘 했습니다.
누굴 단 1분도 속이지 못하면서도 나의 어머니는 그렇게
잘 속여댔더랬습니다.
어렵게 하시는 어머니의 간절한 부탁을 매몰차게 거절하고
애인을 만나고 쏘다녔습니다.
그렇게 속이고도 아무거리낌없이 애인이랑 나눠 빨던
아이스크림은 잘도 넘어가더이다.
학교를 마치고..
결혼할 때까지만이라도 곁에 있어드려야 된다는 기특한 생각을
해 내긴 했어도 결코 실행하지 못해 드려 마음이 몹시 아팠습니다.
그것도 결국 다른 위대한 핑계들 속에 묻혀 금방 잊혀지기는 했지만요...
또 속이 답답해집니다.
가슴이 메이고 코끝이 찡하니 쓰려옵니다.
그날 생긴 그 응어리가 가슴 저편에서 다시 올라오고 있습니다
어머니!!
또 다시 어버이날이 되었습니다.
내일 난 버릇처럼 또 그렇게 백화점을 누비며
당신께 드릴 선물을 사러 다니겠지요.
그것을 받으시고 애써 기뻐해주시는 모습을 보고,
그것으로 어느정도 도리를 했노라고 감히 자위할 자신이
죽도록 미워집니다.
어머니!!
저는 이렇게 뻔뻔하게 자라 이제 바보같은 어른이 되어 있습니다.
당신께선 이 아일 어찌 하시겠습니까?
부디 저를 용서하신다고만은 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냥 이대로 이세상 끝까지 이 죄책감을 가지고 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다행히 거듭날 수 있다면....
다음번엔 감히 당신의 어머니로 태어나
역으로 그많은 슬픔과 응어리들을 모두 되받고 싶습니다.
.....어버이날을 맞아 참회하며 한송이의 카네이션을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