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한 일흔 다섯의 우리 아버지에게는
남다른 철학이 있다.
"인생은 즐기는 거다"
아직도 귀에 이어폰을 끼고, 영어를 공부하신다.
앞으로는 세계화시대이기 때문이란다.
국어과를 전공하셨지만, 악필에 말주변도 없으시니,
매주 월요일 훈화말씀이 고역이셨다.
그래서, 월요일만 되면 저녁때 내게 물으신다.
"니네, 교장은 오늘 뭐라데?"
"왜요? 아빠?"
머리를 긁적이시며
"다음주에 나도 좀 써먹게.."
인간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 129살 까지 산다고 굳게 믿으
시는 아빠, 당신은 꼭 129살 까지 사실 거란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절대로 스트레스를 받지도, 받을일도 하지
않으신다.
얼마전 고향사는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지지배야, 제발 아빠 좀 말려줘."
친구가 다니는 수영장에 아빠가 꼭 자유수영하러 오신다고
한다. 오다가다 만나면 쑥스럽고 무안해서, 어떻게 시간 좀
변경할 수 없냐고..
누가 우리아빠를 말릴 것인가?
다만, 당신의 그 '즐거운 인생'을 위해서, 늙고 병든 내 어머
니의 희생과 눈물이 있었음을 알아주기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