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락이 피는 계절이 오기도 전인
3월 부터 4월에 내겐 바람이 불기시작한다.
가슴 속에 뭍혀있던 화상들이
도저히 막기가 불가능한 황사 처럼
홀로그램으로 나타나는
허공에 떠있는 그림들이
못 처럼 가슴에 와 벡혀 버린다.
라이락 향기가 진동을 할 때
나는 그렁게 진하게 사랑하지도 않았던
그 남자들에게 공연히 멜을 띄우고 싶어진다.
불꽃에 강욱이처럼...지현이처럼....
딸 아이의 대학졸업 엘범에서
그의 사진을 보았다.
주소도 있고 전화도 있다.
" 당신의 그림을 봤어요
중년의 멋있는 교수가 켐퍼스에 앉아있는 모습을...
어떻게 살았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어지네요
소녀적에 잠시 나를 설레게 했던 사람이
지척에 있었네요
아이 졸업식에도 갔었는데
그냥 마주앉아 차 한잔하며 담담히 지난 애기를 나누기만..
내 속사람이 `참아. 그럴 수는 없지`
그렇게 오랜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내가 당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반갑지 않으세요 "
싫어했던 사람 좋아했던 사람
다 들추어내서
난 그들을 그리워 한다.
라이락 때문에.
라이락이 이 땅에서 꽃을 피우는 한
봄마다 가슴이 싸~아 해질것은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