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를 다듬다가 은은히 풍기는 부추 특유의 향기를 맡아본다.
고향 냄새가 난다. 고향집
뒷마당엔 부추가 파랗게 자라고 우물가엔 함지박 가득 감자가 물에 담겨져 있었다.
그걸 썩혀서 녹말가루를 내어 손으로 꾹꾹 눌러 감자떡을 해먹으면 쫄깃쫄깃한게 참 맛있었다.
봄이면 뒷산에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 온 산을 발갛게 물들이면 우리들은 떼를지어 산에 올라가 진달래를 따먹었다.
어른들은 산에 사는 문둥이가 어린아이를 잡아 간을 빼먹는다고 못가게 했지만 우리들은 무서워 하면서도 몰래 몰래 산에 오르곤 했다.
산에서 정신없이 놀다가 해질무렵이면 산 밑에 심어놓은 목화밭으로 가서
아직 봉오리진 목화꽃을 따서 입에 넣고 잘강잘강 씹으면 달콤한 물이
입안에 가득했다.
밀이 익어갈 무렵, 그걸 한웅큼 따서 먹으면 껌처럼 쫄깃거리는 것이 참 재미있었다.
부엌 한켠에 놔둔 커다란 물항아리를 씻는 날이면 항아리 놓았던 그밑에
또아리를 틀었던 뱀들이 스르르 도망가곤 하는걸 보면 우리는 소리소리
지르며 방으로 숨어들었다.
우물가옆 앵두나무에 앵두가 빨갛게 익어 갈때쯤이면 어머니는 새참을
준비하느라 정신없이 바쁘셨다,
밀가루에 고추장과 부추를 넣어 장떡을 부치고,밥솥에 찐 고등어 자반을
한토막씩 감나무 잎에 놓고 막걸리와 보리밥을 이고 종종 걸음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누렇게 벼가 익어 갈때 메뚜기를 잡아 강아지풀에 꿰어서 짐으로 가지고 오면 어머니는 그걸 들기름에 달달 볶아 주셨는데 그 고소한 맛이라니...
밤이면 꽁지에 노란 불빛을 밝히며 날아다니는 반딧불을 깡통에 잡아다가
두곤했는데 아침에 눈을 뜨면 이놈들은 어김없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나는 그 모든것과 이별하고 서울로 왔다.
그땐 그저 전차가 딸랑거리며 다니는 서울이 신기하고 좋기만 했는데...
걸레질을 하다가 새카맣게 묻어나는 먼지를 보면서 나는 자꾸 고향으로
되돌아 가고 싶어진다.
공해에 찌들어 점점 시들어 가는 내모습이 싫어진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 언덕위에 ~~~~~
나는 흰나리꽃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그래도 언젠가는 되돌아 갈수 있는 고향이 있어서 나는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