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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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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것들


BY 두리 2000-04-25


냉장고 청소를 하다가 사온지 몇주는 지났을 법한 고추가

여전히 생생하게 있는것이 나는 무섭다.

가지를 쪄낸물이 정말로 가지처럼 보라색으로 변한 것이

나는 너무 무섭다.


부엌용 세제로 공들여 닦은 수입 오렌지에 하얗게 말라가는

정체불명의 가루가 나는 무섭다.


3년이 지난후에도 여전히 고운 뽀얀 밀가루가 나는 바퀴

벌레보다 더 무섭다.


무색소, 무방부제라고 써있는 햄의 포장지에 적힌 발색제

아질산 나트륨이란 글자는 언제나 나를 무섭게 한다.


김치거리를 다듬다가 우연히 발견한 배추벌레 한마리가

나는 눈물나게 반갑다.


그런데 오늘아침 이유없이 짜증내며 현관문을 나서는

대한민국의 ㅇㄱ 여고 3학년 딸아이가 나는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


나는 정말 정말 겁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