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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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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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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란에세이] 며느리가 예쁘네요


BY 크리스탈 2000-03-30



“며느리는 어디까지나 며느리더라고. 공연히 지나치게 잘 지내려고
하다가는 마음만 상하게 돼.”
어느 모로나 아주 좋은 시어머니 노릇을 하는 것 같았던 친구가 조심
스럽게 던진 충고였다. 구체적인 내용은 묻지 않았지만 나보다 몇 달
앞서 아들을 결혼시킨 시어머니 선배로서 깊이 생각한 끝에 하는 말이
라 싶어 마음 한 구석에 담아 두었다.

그보다 먼저 며느리를 봤던 한 선배는 “그래 며느리를 보시니까 어
떠세요”라는 의례적인 인사에 요즘 젊은 여자애들에 질렸다면서 “난
걔에 대해서는 아예 제쳐 놓고 있어”라며 놀랄만큼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한 선배는 며느리가 탐탁치 않은 기분을 “내 아들이 모자라니 어
떻게 하겠어”라는 식으로 돌려 말했다. 며느리한테 너무 기대가 많아
서 그런 것 아니냐고 위로 삼아 물으면 모두들, 요즘 어떤 시어머니가
며느리한테 기대를 거냐, 그냥 기본만 해 주면 되는데 그걸 안하니까
탈이라고 이구동성이다.

며느리 험담 따위하고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은 멀 것 같던 사람들로
부터 듣게 되는 이런 이야기들은 고부관계라는 게 여전히 만만치 않다
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며느리에 대해 꽤 좋은 감정을 표현한 경우는
단 한 사람 밖에 없었는데 그의 아들은 결혼하자마자 외국에 나가 살
고 있다.

그런가 하면 내가 자주 만나는 젊은 여성들 역시 대부분 시어머니와
의 관계를 껄끄러워 하며 피해의식에 젖어 있다. 시어머니들이 너무
자기 중심적이며 입으로는 아니라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아들과 며느리
에게 지나친 대접을 받으려고 한다는 것. 어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하루라도 문안전화를 하지 않으면 불같이 화를 낸다고 하며 그 때문에
부부가 자주 다투게 된다고 속상해 했다. 그들은 세상은 바뀌는데 시
어머니만은 안 바뀐다면서 답답해 하며 산다.

아예 처음부터 ‘나쁜 며느리 되기’를 선언한 여성들도 마음이 늘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다. 난 아주 듣기 싫어 했지만 “‘시’자 붙은
사람들은 할 수 없어”라는 게 결혼 초 내 또래들의 한결같은 결론이
었는데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 말이 유효하다는 사실에 입맛이
쓰다.

하지만 분명히 내가 결혼하던 때에 비하면 시어머니도 많이 달라졌
다. 이런 세상에 달라지지 않을 도리가 없지 않은가. 그렇지만 며느리
는 더 빨리 달라지니 시어머니로서는 도저히 그 속도를 따라잡을 수가
없다. 비관적인 전망이지만 세대 갈등이 존재하는 한 고부갈등은 영원
히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솔직히 아들이 결혼을 결정하고 준비하던 때만 해도 난 며느리를 본
다는 것에 대해서 별다른 기대도 걱정도 하지 않았다. 평소에도 어떤
며느리를 원하느냐는 의례적 질문에 나는 시어머니 살림 못한다고 흉
만 안 보는 애라면 좋다고 대답했는데 사람들은 내가 웃자고 하는 말
로 받아들였지만 난 진심이었다. 내가 며느리를 보는 게 아니라 아들
이 결혼하는 거니까. 그러니 내가 어떤 시어머니 노릇을 할지에 대해
서도 애초부터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다만 나름대로 최상의 고부관
계는 덤덤한 관계이리라는 밑그림 정도만 있었다. 그리고 그 점에서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아들들과도 덤덤하게 지내 왔는데 며느리하
고도 뭐가 그리 어려울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결혼식이 닥치면서는 혹시라도 며느리를 못
마땅해 하면서 억지로(교양 있는 시어머니인 척하면서 또는 여성학을
한 사람답게 굴어야 한다며) 마음에 드는 척 하는 상황이 일어나면 어
떻게 하나 하는 근심이 슬그머니 피어오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나보
다 훨씬 맘 좋고 현명한 이들도 그러는데 나라고 별 수 있을까.

그런데 참 이상도 하지. 그냥 덤덤하게 보려고 해도 어찌된 셈인지
며느리가 보면 볼수록 예쁘게 보인다. 친정 부모가 서운함을 느낄 정
도로 신세를 지지 않으려는 독립적인 자세, 인터넷을 뒤져 중고 가전
제품을 고르는 알뜰함에 교만도 내숭도 없는 당당함이 참 좋게 보인
다. 내가 평소 젊은이들에게 바라던 것들을 두루 갖춘 젊은 여성이 내
아들의 짝이라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지 싶다. 녀석, 장가는 기차게 갔
군.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어떻게 보느냐고? 그걸 왜 내게 물어?


<여성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