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7.31
차가운 바람을 하루종일 뿜어내고 있는 겨울이
따뜻한 봄에게 자신이 머물고 있던 자리를 넘겨주기 싫었는지
심술많은 심술쟁이처럼 사람들이 좋아하는 봄날을 시샘하면서
더욱 추운 바람을 낮보다는 밤에 사람들의 옷깃을 더욱 여미게 하는
칼바람을 사정없이 뿜어내고 있던 2월의 밤,
방안의 닫혀진 커텐뒤 창문 넘어로 보여지는 어둠은 별은 않보이고
그리고 나의 시선은 잠깐동안 TV 화면으로 보여지는 겨울 설악산,
온 산이 백색의 눈옷으로 갈아입고서 수 많은 사람들을 맞이하는
설악산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 그 모습이 조금은 부러운,
아침에 일어나면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였으면 싶은 마음이 있었던
그런 2월,
아침에 일어나보니 간밤에 마음으로 이루고 싶었던
눈이 내렸으면 정말 좋겠다는 소원이 이뤄졌는지
2월의 어느날의 맑은 아침은 하얀 눈으로 온 세상이 밝아졌다.
그리고 아이들의 눈 싸움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보인다.
오후 3시 넘어가는 시간,
오랜만에 아버지가 입원하고 있는 병원에 기분좋게 들렸다.
1월말까지는 엄마가 간병인없이 하루종일 아버지 곁에서 계시다 보니
잠자리도 편안하지 않고 주무시는것도 별로 좋지 않았다.
집안에 환자가 병원에 입원해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씩 다 격은일이다.
동생들은 각자의 일 때문에 바쁘기에 일주일에 3번은 병원에서 필요한
물품이 있거나 엄마의 식사를 위해 밥을 가지고 간다.
그러나 그동안 아버지 간병에 피로가 겹치고 너무 힘들었기에
2월 한달동안은 마음씨 좋은 간병인을 오시라고 하면서 간병을 부탁,
그 덕분인지 엄마와 나는 2월 한달동안은 휴식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보름만에 아버지에게 가는날 눈은 떠 있지만 말씀도 못하시고
그저 천장만 응시하시는 그러나 사람들 말하는건 의식적으로 알아듣는
얼굴에 웃음이나 슬픈 표정을 보여주지 못하는 아버지 앞으로 다가갔다.
"아버지 발톱 깍아드릴꼐요~"
2004년 가을에 발병한 뇌졸중 때문에 몇개월동안은 식물인간으로,
그리고 그 이후에는 지금까지 말씀도 못하기에
집에서도 한달에 한번이나 두달에 한번 목욕을 시켜드릴때는
귀후비개로 양쪽 귀안을 청소하고 손톱과 발톱을 깍아드리는데
그중에서도 손톱은 자라는 속도가 더디지만 발톱은 자라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재활훈련을 위하여 병원에 입원시켜드린후에도
자주가는데도 보면 발톱이 평소보다 2배나 자라져있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다고 식사를 제대로 하는것도 아니다 하루에 4~5번은 수술한 배쪽에
길게 연결되어 있는 줄을 통하여 식이용 미음을 넣어드린다.
그리고 2년전 초창기부터 늘 침상에서 생활을 하게 되면서 손과 발을
하루에도 몇번씩 딱고 씻어드리고 발에는 특히 무좀균이 침투하지 않게
무좀약을 발라서 청결을 유지했지만 하루종일 늘 누워있다 있고
식사도 누워서 드시다 보니 면역력도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그러다 어느날부터 뚜껍게 자라고 크게 뭉쳐버린 발톱을 아프지 않게
정성스럽게 깍다보면 발톱은 너무 쉽게 부수어진다.
또 아버지의 몸 상태가 한쪽은 굳어져 있고
다른 한쪽은 늘 몇초 간격으로 움직이다보니 발톱을 깍을때면
당신 스스로도 모르게 움직인다.
그때는 난 아버지가 알아듣는지 모르겠지만 타이르듯이 한다.
"가만..가만 있어봐요 잘 깍아줄께요~~"
손톱이나 발톱을 손톱깍기로 깍을때 딱딱 소리가 들리지만
아버지의 발톱을 조심스럽게 깍을때면 딱딱하는 소리가 아닌
힘없는 소리가 너무 무심하게 들린다.
이미 무좀균이 깊숙이 침투했기에 보기에도 볼품없는 발톱으로 되었기에
형편없은 발톱과 발을 잡고 발톱을 깍을때면 아버지 발에 숨어있는
무좀균이 나의 손에 옮겨오는걸 생각하지만 아버지의 발톱 깍는것이
가장 우선적인 일이기에 발톱을 깍은후 비누로 씻으면 된다.
그리고 예전이나 지금이나 가끔 누워있는 아버지를 보면서 손을 잡고는
살살 흔들어본다.
그러면 가끔은 눈을 떠고 나를 바라보는것이 아닌 천장을 바라보는
그 모습에서 아버지의 손이 아직은 따뜻하다는 체온을 느끼는데
그러고 보면 살아오면서 아버지의 손과 발을 제대로 만져본 기억이라고는
전혀없다.
다만 초등학생시절부터 중학생시절까지 아버지하고 목욕탕에 가면
아버지는 나의 등을 나는 아버지의 등을 타올로 밀어주는
남자 목욕탕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한 장면들을 늘 했을뿐이다.
오늘도 나는 누워계시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서 천천히 흔들어본다.
"눈 떠봐요 저밖에 좋은 풍경이 보이잖아요~"